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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가나안의 엘과 이스라엘의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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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87. 가나안의 엘과 이스라엘의 엘

  구약성서는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가나안 원주민들이 섬겼던 바알과의 투쟁을 실감나게 보도하고 있다. 갈멜산에서 엘리야와 바알 선지자들의 대결에서 승리한 엘리야는 바알 선지자들을 기손 시내로 끌고 가서 모조리 죽였으며(왕상18장), 북왕국의 오므리 왕조를 혁명을 통해서 전복했던 예후도 바알 숭배자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죽였다(왕하10장). 호세아서는 농사의 신으로 자리매김한 바알의 허구성을 폭로하면서 이스라엘의 야웨만이 농사의 풍요를 가져다 준다고 선포하고 있다. 특히 호세아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알을 섬기듯이 하나님을 섬긴다”고 했다. 즉 두 신을 혼동하고 있음을 질책한다. 
  왜 이스라엘은 선조들이 출애굽과 40년간의 광야생활, 그리고 가나안 정복에 이르기까지 사랑으로 인도하신 야웨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을 섬겼을까? 학자들은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가나안의 주신이 모두 “엘”이라는 신명을 사용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우가릿 문헌에 의하면, 가나안 만신전의 최고의 신은 “엘”이며, 바알은 엘의 아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명목상으로는 엘이 가나안 최고의 신의 자리에 있지만, 실제적인 권한은 그의 아들 바알이 쥐고 있었다. 
  한편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요, 기독교인들에 의해 믿음의 조상으로 추앙받고 있는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에서 하란을 경유하고 다시 가나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행로에 깊이 관여하시고 인도하신 신이 히브리어로 “엘 샤다이”(El Shaddai), 즉 아브라함을 인도하신 하나님도 “엘”이라는 신명으로 가나안에 소개되었다. 이스라엘 백성들과 가나안 원주민들이 섬기는 신이 모두 “엘”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워졌다. 이것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두고 두고 야웨종교가 바알종교에 동화되는 원인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바알종교와 야웨 종교의 혼합을 부채질한 또 하나의 원인은 북왕국의 초대 임금이었던 여로보암이 벧엘과 단에 송아지 형상을 만들어 야웨 종교의 상징으로 삼았다는데 있다. 이것은 바알종교의 상징인 황소와 혼란을 일으켰다. 비록 송아지와 황소로 구분은 될 수 있지만 일반 백성들이 볼때에는 야웨를 상징하는 송아지나 바알종교의 상징인 황소는 다를바가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역사를 고난의 수렁으로 빠뜨렸던 원인이 야웨종교와 바알종교의 혼합으로 인한 왜곡된 신앙이다.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혼합신앙 때문에 예언자들의 비판이 그칠줄 몰랐고, 백성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안져주었던 것이다. 영적인 분별력과 통찰력을 상실한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런데 혼합신앙을 양산하는 요소들은 고대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분명히 있다. 기독교와 타종교와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또한 타종교와의 만남과 대화가 잦아지면서 기독교의 고유한 색깔이 퇴색되고 동화되어 가고 있다. 분별력과 통찰력, 즉 영적 지혜가 부족해서 야웨종교가 바알종교에 동화된 것처럼, 우리에게도 분별력과 통찰력이 없으면 타종교에 동화되는 혼합적인 신앙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분별력과 통찰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요구되는 중요한 신앙적 요소다. 이 두 요소가 우리의 신앙을 혼합주의로부터 방어해 주는 보호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