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예언자들의 상징적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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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82. 예언자들의 상징적 행동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이상한 모습과 행동을 할 때가 많이 있다. 즉 덥수룩한 수염과 무질서하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에서 빛나는 예리한 눈, 그 눈동자에 비친 이스라엘의 죄악을 비수같이 날카로운 혀로 고발하는 모습이 기인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예언자들의 기이한 행동은 때때로 사람들에게 “미친자”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갈멜산에서 엘리야와 대결했던 바알 선지자들이 황홀경에 몰입해서 바알을 부르짖던 모습이 구약성서의 예언자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는 예언자들의 상징적 행동이라고 한다. 그러면 구약성서가 묘사하고 있는 예언자들의 상징적인 행동은 구체적으로 어떠했을까? 우선 그나야의 아들인 예언자 시드기야는 철로 뿔을 만들어 왕 앞에 나아가서 “야웨께서 이 뿔로 아람 사람들을 찔러 진멸하라”고(왕상22:11) 했다고 한다. 이사야는 이집트와 에디오피아의 패망을 상징하기 위해 3년 동안 벗은 몸과 벗은 발로 걸어다녔다(사20:3). 유다의 패망을 지켜 보았던 예레미야도 두 가지 상징적인 행동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허리에 동이는 베띠를 사서 유프라테스강의 바위 틈에 숨겼는데, 나중에 가보니 베띠가 썩어서 쓰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은 유다가 야웨의 사명을 다하지 못함으로 썩고 부패하여 하나님의 버림을 받게 된다는 상징적 행위였다(렘19장). 다른 하나는 오지병을 깨뜨림으로써 이스라엘의 범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의 모든 것이 깨어진 오지병처럼 산산조각이 날 것임을 상징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에스겔은 예루살렘 거민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게 될 것을 상징적으로 보이기 위해 예루살렘 성벽을 뚫고 짐을 챙겨나가기도 했으며(겔12:12), 갑자기 예리한 칼을 가지고 자신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잘라내고 그것을 저울에 달아 셋으로 나누고 각 부분을 불로 태우고 칼로 쳐서 바람에 날렸다(겔5장). 이것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멸망한 유다는 완전히 사라질 것임을 상징하는 행동이었다. 또한 에스겔은 390일 동안은 왼편으로만 누워자고, 40일 동안은 오른 편으로만 누워자는 괴팍스러운 행동도 한다(겔4장). 이것은 해석상의 난제가 있으나,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동안 포로생활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호세아는 음란한 여인 고멜과 비정상적인 결혼을 함으로서, 하나님으로 상징되는 호세아와 우상숭배에 젖어있는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를 고발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대로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정상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예언자들의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해서, 그들이 심리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의 심리적인 해석에 따르면, 호세아와 같은 윤리적 인물이 고멜과 같은 부정한 여인과 결혼했다는 것은 자기 학대증상이라고 했고, 에스겔의 상징적 행동은 정신분열증상의 일종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심리학적인 설명은 이스라엘 예언자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고대 근동 세계의 황홀경에 빠진 예언자들의 시각으로 본 오해일 뿐이다. 예언자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그들의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의 표현이 아니다. 이것은 예언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극적이고 실감있게 전하기 위한 방법상의 문제이다.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말로만 전한 사람들이 아니라, 때때로 이상한 행동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다시말해 예언자들의 상징적 행동은 하나님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중요한 방법이었다. 우리는 이런 충격적인 행위를 예언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사용하는 “상징적 행동”(Prophetic Symbolicact)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