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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소명을 사양하는 예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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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81. 소명을 사양하는 예언자들

  성서를 보면 하나님의 일꾼으로 부름받은 소명자들이 처음에는 대체로 사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양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하나님의 사역자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도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을 때 여러가지 이유로 사양하고 있다. 누가 어떤 이유로 하나님의 소명을 사양하고 있을까?
  우선 기원전 8세기 예루살렘에서 예언활동을 했던 제1이사야(이사야 1-39장의 저자)를 보자. 그는 성전에서 기도하다가 야웨로부터 소명을 받았을 때 자신은 부정한 입술을 가졌기에 소명자가 될 수 없다며 사양했다. 그러자 천사가 숯불을 가지고 와서 그의 입에 대니 모든 부정한 것이 제거되었다고 한다. 그때 야웨 하나님은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라고 하셨다. 이때 제1이사야가 “내가 여기 있습니다. 나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나선다. 부정한 입술이 정결한 다음 자원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제2이사야를 들 수 있다. 제2이사야서(이사야40-55장의 저자)는 바벨론 포로민이었던 익명의 예언자의 메시지이다. 제2이사야서의 서막을 알리는 이사야 40장은 그의 소명사양의 이유가 밝혀져 있다. 와이브레이(Whybray)라는 구약신학자는 이사야 40장을 가리켜 욥기 1장처럼 하늘의 궁중회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늘 궁중회의에서 야웨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을 향한 새로운 정책을 선포하고(40:1-2), 그 정책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을 명령한 뒤(40:3-5), 이러한 야웨의 계획을 세계에 선포할 소명자를 임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40:6-8).
  야웨의 이런 계획이 바벨론 포로지에서 고뇌하는 이스라엘의 포로민 중의 한 사람에게 임했다. “말하는 자의 소리여 외치라”(40:6)고 하자, 익명의 제2이사야는 “내가 무엇을 외치리이까?”라고 반문한다. 제2이사야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마른 풀과 시들은 꽃”과 같이 다 끝나버린 운명인데 무슨 말을 외치느냐고 반문한다. 이 말은 더 이상 희망없는 일을 사양하겠다는 그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그를 부른 야웨는 비록 포로지의 백성들이 희망이 없는 마른 풀과 같고 시들은 꽃과 같은 상황이지만, 야웨의 기운이 그 위에 불면 새롭게 생기가 돋고 아름답게 소생한다는 것이다. 야웨의 말을 들은 제2이샤야는 용기를 얻어 포로지에서 예언자로서 훌륭하게 일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익명의 제2이사야를 포로지에서 “혜성같이 나타난 예언자”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예레미야도 소명을 받았을 때 사양의 과정을 밟고 있다. 예레미야 1장에 의하면 야웨 하나님은 “복중에 생기기도 전에 예레미야를 구별하여 열방의 선지자로 세웠다”(렘1:5)고 한다. 그러자 예레미야가 “나는 아이입니다.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이와 같다”며 역시 사양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사양했던 이들 예언자들은 모두 훌륭하게 사명을 완수하였다. 제1이사야는 기원전 8세기 중엽, 유다왕 웃시야때부터 북왕국의 멸망을 지켜보면서 예루살렘에서 예언을 했다. 특히 멸망의 길을 걸었던 북왕국의 타락한 윤리와 도덕, 우상숭배의 물결이 남왕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 온몸을 던지면서 예언했다. 예레미야도 남왕국의 멸망시기에 온갖 감언이설로 왕과 백성들의 눈과 귀를 막는 거짓 예언자들과 목숨을 건 투쟁을 하면서 참 하나님의 메시지를 선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제2이사야 역시 바벨론 포로지에서 포로민들이 야웨 하나님께 실망하고 바벨론의 신인 마르둑을 섬기려고 배교할 때 야웨만이 참 신이라며 맞섰고, 무너져 내리는 야웨 신앙과 유대교를 보존하기 위해서 온 몸을 던졌던 위대한 예언자였다.
  자신의 부족을 내세우며 사양했던 이들을 하나님이 더 크게 사용하신 것이다. 그들의 사양속에 겸손함을 보신 것이다. 겸손함이 담긴 사양은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사양이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야웨 하나님의 설득과 명령에 자신의 뜻을 접고 하나님께 순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겸손과 순종이 위대한 인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첫 번째 사양은 자신의 겸손함의 또 다른 표현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양은 불순종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겸손하자. 순종하자. 겸손하게 순종하자. 그 결과는 혼탁한 세상, 영적으로 암흑같은 세상에서 별처럼 빛나게 쓰임받는 야웨 하나님의 사역자들이 될 것이다. 이것이 위대한 예언자들의 소명사양에 나타난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