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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출애굽의 신으로 둔갑한 금송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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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71. 출애굽의 신으로 둔갑한 금송아지

  구약성서에는 금송아지에 관한 이야기가 두 번에 걸쳐서 크게 보도되어 있다. 금송아지 사건이 있을때마다 야웨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이 따랐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큰 고통을 안겨다 준 것이 금송아지였던 셈이다. 이 금송아지를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음 만든 것은 시내 광야에서였다. 
  출애굽기 32장에 보면, 출애굽한 백성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렀을 때 지도자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위해 시내산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모세는 오랫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백성들이 아론에게 “모세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아론은 백성들에게 금귀고리를 가져 오게 하고 그것을 부어 녹여서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스라엘아, 이 신이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낸 너희의 신이다”라고 선포했다. 다음 날 아침에 백성들은 금송아지 앞에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며 흥에 겨워했다.
  한편 산 위에 올라간 모세는 십계명이 기록된 석판 두 개를 가지고 내려 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석판을 던져 깨버리며 분노했다. 그리고는 송아지 형상을 불에 태우고 가루를 만들어 이 일에 참여한 백성들로 마시게 했다. 또한 금송아지 신상을 만드는 일에 가담한 사람 3천여 명을 처형했다.
  금송아지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는 북왕국의 초대 왕인 여로보암과 관련되어 있다. 솔로몬 왕의 아들인 르호보암 시대에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남왕국과 사마리아를 중심으로 한 북왕국으로 분열되었다. 그런데 북왕국의 초대 임금이 된 여로보암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비록 분열은 되었으나 종교적으로는 분열이 되지 못하고 절기때만 되면 북왕국의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제의에 참여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갔던 것이다. 여로보암은 예루살렘을 방문한 북왕국의 백성들이  다윗의 후손인 르호보암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 북왕국은 얼마가지 않아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으로 팽배해 있었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벧엘과 단을 예배처소로 지정하고 거기서 예배드리도록 했다. 벧엘은 아브라함과 야곱이 제단을 쌓았던 곳이고(창12:8; 28:19), 단은 사사시대때부터 성소로 알려진 곳이다(삿17장-18장).
  여로보암은 이 두 곳을 성소로 지정한 다음, 거기에 금송아지 형상을 만들어 세우고 백성들에게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는 것은 너희에게는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아 너희를 이집트에서 구해 주신 신이 여기에 계신다”고 외쳤다. 여로보암은 이 금송아지 우상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야웨 하나님과 일치시키고 있다. 이에 대하여 열왕기서를 기록한 신명기 사가는 이 금송아지는 우상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왕하10:29; 17:16).
  왜 성서 저자들은 금송아지 우상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고, 야웨의 징벌을 크게 보도하고 있을까? 물론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긴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문제는 가나안의 신인 바알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가나안 원주민들이 섬기는 바알의 여신인 아낫이 암송아지로 상징되고, 또한 가나안 만신전의 주신인 엘신이 황소로 상징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웨의 상징으로 만든 금송아지가 결과적으로 암송아지를 상징하는 아낫과 황소로 상징되는 엘신과 혼동을 일으키게 되어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세아 시대에는 하나님과 바알의 구별이 없어지는 참담한 상황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성서의 저자들은 금송아지 사건을 크고도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갈멜산에서 엘리야가 바알 선지자들을 죽인 이야기, 북왕국의 예후가 혁명을 일으켜 바알 숭배자인 아합가문과 전국의 바알 숭배자들을 처형하고 바알 신전을 파괴시킨 이야기도 실감나게 보도하고 있다. 이것은 바알 숭배의 심각성과 우상종교로부터 백성들의 신앙을 보호하려는 성서 저자들의 신학적 의도이다. 
  구약성서에는 금송아지가 출애굽의 하나님으로 둔갑한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은 어떤가? 구원의 하나님 자리에 우상이나 세속적인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무엇이든 하나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끌어내리는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