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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예루살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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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69. 예루살렘의 등장

  “평화의 터전”이라는 의미를 지닌 예루살렘은 여호수아 10장 1절에 처음으로 성서에 등장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해발 750m의 고원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유다와 베냐민 지파의 경계선 상에 위치하고 있다. 구약성서에는 예루살렘의 명칭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 예루살렘은 시온산의 이름을 따라 “시온 성”, 다윗이 수도로 정했다고 해서 “다윗 성”, 고라 자손들은 “하나님의 성”, 하나님의 성전이 있다고 “거룩한 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예루살렘이 구약성서에서 주목받으며 등장한 것은 다윗 시대이다. 헤브론에서 유다지파의 추대를 받아 7년간 통치했던 다윗에게 이스라엘 전 지파의 대표자들이 헤브론을 방문해서 이제부터는 전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을 수락한 다윗이 수도를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예루살렘은 가나안의 여부스 족속이 차지하고 있었다. 워낙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성읍인지라, 여호수아 시대에도 점령에 실패한 곳이다. 그런데 다윗은 예루살렘 성을 정복하기 위해서 군사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가서 여부스 족속에게 항복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험준한 산 위에 우뚝 선 요새화된 도성이었으므로 여부스 족속들이 쉽게 항복할리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다윗에게 “너는 여기에 들어 올 수 없다. 눈먼 사람이나 다리를 저는 사람도 너쯤은 물리칠 수 있다”(5:6)고 조롱하였다. 결국 다윗은 이 성을 점령한 다음에 “다윗 성”이라고 명명했으며, 수도로 삼았다. 이때부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역사와 성서에 화려하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로 각광받기 시작하였다. 종교적 중심지는 오벧에돔의 집에 있던 법궤가 예루살렘으로 옮겨지고 솔로몬 시대에 성전이 건축되면서 성지로 인식되게 되었다.
  왜 다윗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차지하고 있는 성읍들을 다 마다하고 굳이 여부스 족이 거주하고 있었던 예루살렘을 빼앗아 수도로 삼았을까? 우선 군사적인 면에서 예루살렘은 요새지역이다. 근동지역의 패권을 꿈꾸었던 다윗에게 수도는 우선 안전지역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 예루살렘은 어느 지파에게도 소속되지 않은 중립지역이기도 했다. 헤브론에서 철저하게 유다지파 중심의 통치를 했던 다윗에게 있어서 예루살렘은 지역적인 갈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최적지였다. 종교적으로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능력을 모든 민족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곳이다. 예루살렘은 고원 산악지대인지라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자랄 수 없는 불모의 땅이다. 이러한 불모지에 식물이 자라고 인간이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생존하며 번영할 수 있는 민족은 하나님을 섬기는 이스라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또한 평화를 갈망하는 의지가 담겨 있는 곳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평화를 상징하는 예루살렘이 오히려 가장 많은 전쟁에 시달렸다. 이것은 지금도 같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3대 종교의 성지로서 모두의 관심의 대상지이다. 특히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성지탈환에 대한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평화의 터전”이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있는 현장이다. 그러나 예루살렘은 분명 모든 인류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쟁이 없어서 고요한 평화가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폐허 속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다윗이 이런 점을 의도하고 예루살렘으로 수도를 옮겼다는 이야기는 성서에 없다. 그러나 에루살렘의 3000년 역사를 볼 때, 그러한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의 섭리가 그 어디 보다 강하다고 믿기에 유대인들은 지금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절대 양보불가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화의 터전이란 예루살렘이 진정 평화가 오는 날, 지구상의 모든 인류도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전쟁 무기를 녹여서 농기구를 만드는 시대, 그것이 성서가 꿈꾸는 평화의 시대요, 온 인류가 소원하는 행복의 시대일 것이다. 예루살렘을 두고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먼저 이 성서의 말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