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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다윗은 바빠서 성전건축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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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67. 다윗은 바빠서 성전건축을 못했다(?)

  역대상 22장부터 29장까지는 성전건축을 준비하는 다윗의 이야기가 길게 서술되어 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원본인 신명기 역사서 부분에는 없는 이야기들이다. 역대기 사가에 의하면 다윗은 성전건축에 소요될 재정으로 “금 10만 달란트와 은 백만 달란트, 그리고 놋과 철을 그 중수대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준비했다”(22:14)고 한다. 그런데 이 재정적인 숫자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열왕기상 10장 14절에 보면 솔로몬 시대에 국가의 세입예산이 겨우 금 666달란트라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준한다면 적어도 다윗은 세입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을 해도 150년이나 소요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역대기 사가는 그 성전이 “아주 웅장하여 그 화려한 명성을 온 세상에 떨치기 위하여” 이러한 과장법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과장이 가미되었다 하더라도 성전건축에 대한 열정과 빈틈없는 준비는 야웨 하나님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제 기공식을 하고 공사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다윗은 스스로의 대견함으로 어린아이와 같이 좋아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야웨께서는 나단 선지자를 다윗에게 보내어 “너의 뒤를 이을 아들이 내게 집을 지어 줄 것이라”(대상17:12)고 하셨다. 성전건축의 꿈에 부풀어 있던 다윗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다윗이 왜 성전건축을 야심차게 추진했는지 고대근동 신화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대신화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신은 보좌가 있는 신전을 예물로 받는다. 예를들면 우가릿 신화에서는 바알이 얌(Yamm)을 정복한 다음에 신들의 왕으로 군림하게 되며, 바벨론 신화에서도 마르둑(Marduk)이 티아맛(Tiamat)을 정복한 다음에 왕의 보좌가 있는 신전을 예물로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고대의 종교적 관습과 비추어 볼 때, 다윗도 전쟁을 통해서 주위 열강들을 점령하고 평온하게 되자 자신에게 전쟁승리를 안겨 주었던 야웨 하나님께 성전을 건축해서 예물로 드리고자 했던 것이다.
  한편 성전을 건축하고자 했던 다윗의 뜨거운 열정은 야웨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런데 나단은 다윗에게 야웨의 명령대로 성전건축을 금지시켰으나, 왜 다윗은 부적합한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명령을 내리셨다면 다윗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으니 참 답답한 일이다. 다른 한편 나단에게서 들을 수 없는 설명을 신명기 사가와 역대기 사가에 의해 우리는 다르게 들을 수 있다. 우선 신명기 사가는 열왕기상 5장 3절에서 “다윗은 주위의 나라들과 전쟁하기에 분주하여 성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대기 사가는 “다윗이 전쟁을 하여 피를 너무나 많이 흘렸기 때문에 성전을 지을 수 없었다”(대상22:8; 28:3)고 다르게 진술하고 있다.
  다윗이 전쟁하기에 바빠서 성전을 지을 수 없었다는 신명기 사가의 판단을 역대기 사가는 수용할 수 없었다. 이 평가를 수용한다면 다윗은 하나님의 성전건축보다 전쟁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았다는 결과가 된다. 역대기 사가에게 있어서 이러한 평가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경건하고 위대한 다윗이 성전건축을 등한히 했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것은 다윗을 모독하는 처사이다. 그래서 역대기 사가는 “다윗이 전쟁에 바빠서 성전을 건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피를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이었다”고 정정했던 것이다.
  결국 성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그 소중한 성전을 경건한 다윗이 다른 일로 바빠 미루었다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성전건축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비록 왕이지만 성전건축보다 더 우선되고 중요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역대기 사가가 우리에게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 이 곳에서 드리는 기도를 내가 눈을 뜨고 살필 것이며 귀담아 듣겠다. 내가 이제 내 이름이 이 성전에 길이길이 머물게 하려고 이 성전을 선택하여 거룩하게 하였으니 내 눈길과 마음이 항상 이 곳에 있을 것이다”(역대하7:15,16). 성전은 하나님께서 선택한 곳이고, 하나님의 눈길과 마음이 항상 머무는 소중한 현장이다. 이 소중한 성전을 건축하는 일은 세상의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역대기 사가의 관점이고 믿음이다.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