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블레셋 무대에 펼쳐진 다윗의 연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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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65. 블레셋 무대에 펼쳐진 다윗의 연기력 다윗은 안전을 예상하고 자기와 같은 유다지파의 거주지였던 십에 숨어 들었으나 십 사람들의 밀고로 엔게디 동굴로 피하였다. 그런데 다윗을 추격하던 사울 일행이 엔게디 근처에 진을 치고 잠들었다. 왕에 대한 경호가 부실한 순간이다.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사울의 머리 곁에 있던 창과 물병만 가지고 왔다. 이 일 후에 다윗은 더 이상 이스라엘에서는 사울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블레셋으로 망명하기로 결정한다. 다윗이 자신의 추종자 600명을 거느리고 아기스에게 투항하자, 사울도 추격을 멈춘다. 대신 이제부터는 블레셋을 무대로 한 다윗의 연기가 성서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다윗이 백기를 들고 아기스에게 투항하자, 아기스는 만족해 하면서 다윗을 믿고 시글락(Ziklag)이라는 성읍을 다윗에게 선물로 주었다(삼상27:6). 다윗의 입장에서는 투항한 이상, 블레셋의 아기스나 국가 지도자들에게 자신이 모든 면에서 이스라엘을 버리고 블레셋화 되었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아직도 블레셋인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다윗이 블레셋을 무대로 펼치는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우선 시글락에 정착한 다윗은 그술 사람과 기르스 사람과 아말렉 사람들을 숩격하여 사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이는 대신, 양, 소, 나귀, 낙타와 옷은 약탈해 갔다. 이 전리품들을 다윗은 때때로 아기스 왕에게 진상하기도 하였다. 진상 받은 아기스가 어느 지역을 약탈했느냐고 물으면 다윗은 이스라엘의 남부지역을 습격했다고 보고했다(삼상27:8-10). 아기스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일반적으로 전승국가는 패전국의 백성들을 포로로 잡아와서 노예로 부리는 것이 고대 근동지역의 관례였다. 하지만 다윗은 모조리 다 죽였다. 왜 그랬을까? 아기스에게 이스라엘의 남부지역을 습격하여 탈취하였다고 보고해야 하는 다윗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을 포로로 끌고 갔다가는 그의 거짓보고가 바로 들통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잔인하지만 습격지역의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던 것이다(삼상27:11-12). 한편 아기스는 다윗이 자기의 동족을 쳤다면 이제는 어떤 경우에도 그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간다고 해도 배척당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윗의 연기력은 이스라엘을 점령하려는 블레셋의 군대 앞에서 또 한번 빛을 발한다. 이 전쟁을 앞두고 아기스는 다윗에게 부하들을 이끌고 전쟁에 출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다윗에게는 큰 위기가 닥친 셈이다. 출정해서 동족인 이스라엘과 전쟁을 한다면 승패와 관계없이 민족 반역자로 낙인찍히고,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있는 자격과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쟁을 거부하면 본색이 드러나 아기스에게 처형될 것이다. 진퇴양난의 위기다. 한편 출정에 앞서 군대를 사열하는 도중에 다윗을 발견한 블레셋의 지휘관들이 “이 히브리 사람들을 왜 데리고 왔느냐?”며 항의하였다(삼상29:3). 아기스 왕은 블레셋의 지휘관들에게 자신이 지난 2년간 다윗을 지켜본 결과 아무런 허물도 발견하지 못했기에 100퍼센트 신뢰할 수 있다며 다윗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그러나 블레셋의 지휘관들은 다윗이 자신의 목을 베어 사울에게 갖다 바치면서 화해를 시도할지 모른다며 불안해 했다. 결국 아기스는 지휘관들의 불안한 심리를 설득하느데 실패하고 그들의 요구대로 다윗을 시글락으로 돌려 보낸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윗이 아기스에게 “왜 나의 충정을 이해해 주지 않느냐”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다(삼하29:8). 이제는 오히려 아기스가 다윗을 달래는 형국이 되었다. 절대절명의 위기를 벗어나는 순간이기에 춤이라도 덩실 덩실 추어야 할 판이지만, 다윗은 속마음을 감추고 정색을 하며 아기스에게 항의하는 그의 모습에서 탁월한 연기자로서의 소질과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쌓았던 성군 다윗! 그에게 이런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가 고백한 대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시편23:4). 그러나 블레셋을 무대로 펼쳐지는 그의 침착한 연기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훗날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다.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이미 선택하셨던 야웨 하나님의 도우심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님이 진정 쓰시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위기에서도 구원하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쓰임을 받는 그릇이 되도록 경건의 훈련을 통해서 신앙의 성숙을 도모해야 하겠다. 그것이 하나님의 보호를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