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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야웨가 최고신의 자리에 등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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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70. 야웨가 최고신의 자리에 등극하다

  열왕기하 18장-19장에는 앗시리아의 산헤립이 히스기야가 통치하는 유다를 침공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산헤립은 시리아-팔레스틴의 모든 도시들을 차례로 점령하고 유다의 라기스도 함락시켰다. 그리고 부관들을 예루살렘으로 보내 항복을 종용하지만, 히스기야는 앗시리아에 맞서 항쟁할 것을 다짐했다. 산헤립은 즉시 예루살렘으로 진군하여 성을 완전히 봉쇄함으로써 예루살렘 주민들은 독 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다.
  산헤립의 부관 랍사게가 성 안에 갇힌 주민들을 향해 “야웨가 구원할 것이라는 히스기야의 말을 믿지 말라. 어떤 신도 앗시리아 왕의 손에서 구원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항복하면 예루살렘 보다 더 풍요한 땅으로 데려가 행복하게 살게 해 주겠다”고 히브리어로 연설했다. 물론 히스기야는 이때 성전에서 기도하였으며, 야웨는 이사야를 통해서 예루살렘에 대한 구원을 약속하셨다.
  여기서 기적이 일어난다. 앗시리아 군대가 예루살렘을 완전히 포위한지 며칠이 지난 아침에 성밖을 내다보니 앗시리아 군대는 사라지고 그들의 시체만 널려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신명기 사가는 “야웨의 천사가 앗시리아 군대 185,000명을 쳐서 죽였다”고 한다(왕하19:35).  
  우리는 여기서 잠시 헤로도투스의 역사 이야기를 들어 보자. 기원전 5세기 말엽까지 활동했던 고대 그리이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전한 이야기 가운데 산헤립과 관련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산헤립이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정복하고 왕의 도성으로 진격하는 순간, 이집트의 왕은 신전에 들어가 기도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의 꿈에 신이 나타나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앗시리아 군대는 모두 퇴각하고 없었다. 그날 밤에 들쥐떼가 앗시리아 진영에 들어가 창자루, 방패 손잡이, 활, 화살 등을 갉아 먹어 버렸고, 또한 수많은 군사들이 들쥐에 물려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물론 전설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당시에는 공공연하게 떠돌던 이야기이다.
  이집트에서 쥐떼의 공격으로 퇴각해야 했던 산헤립이 이번에는 예루살렘 공격에서 야웨의 천사들에 의해 군사 185,000명을 잃고 역시 퇴각해야만 했다. 그러면 야웨의 천사는 어떻게 이들을 물리쳤을까?
  우선 이 기적의 배후에 있는 히스기야의 전략을 보자. 역대하 32장의 기록에 의하면, 히스기야는 앗시리아 군대가 진격해 오자 병력을 동원하여 성밖의 모든 샘과 우물을 흙으로 덮어 버렸다. 이 기록을 보면 시기적으로 늦은 봄이라고 할 수 있다. 늦은 봄이면 샘과 우물의 물 높이가 낮아져 흙으로 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물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수십만의 앗시리아 군대는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늦은 봄에는 팔레스타인에 가끔 남동쪽에서 황사를 동반한 35-40도를 넘나드는 열풍이 며칠 동안 불어 닥친다고 한다. 야웨께서 그날 밤 찜통같은 열풍을 일으켜서 한밤 중에 샘물을 찾아 나설 겨를도 없이 병사들이 탈진해 쓰러지도록 만들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예루살렘을 구원한 야웨의 천사가 “열기, 열풍”을 동반한 죽음의 천사라는 것은 성서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사야 25장 5절에 보면 “야웨는 메마른 땅의 폭염과 같으며 당신은 외국인들의 소란을 수그러 뜨립니다. 폭염이 그들로 사라지게 하며 포악자들의 노래를 그치게 합니다”라고 한다. 
  결국 앗시리아의 왕들이 가나안 지역의 온갖 도시들은 침공하고 그들의 신전을 파괴하고 불 속에 집어 던졌지만, 야웨가 보낸 죽음의 천사 열풍은 히스기야의 탁월한 “우물 막기 전술”과 더불어 수많은 앗시리아 병사들을 쓰러뜨림으로써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도망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산헤립의 예루살렘 침공실패에 대하여 앗시리아의 역사는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 산헤립이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히스기야를 공격했던 이 사건에 대하여 산헤립의 『실록』은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나 산헤립의 멍에에 굴복하지 않은 유다인 히스기야 때문에, 나는 경사로 공법과 투석포와 보병 진군과 참호와 파성퇴(성벽을 부수는 무기)와 사다리 공격으로 그의 견고한 성곽 46개와 그 주변의 수많은 작은 마을들을 포위하고 정복했다. 나는 전리품으로 모든 계층의 남녀 20만 150명과 말, 노새, 나귀, 낙타, 소와 양 등을 얻었다. 나는 히스기야 자신을 그의 수도 예루살렘에 새장의 새처럼 가두었다. 나는 정찰부대로 그를 포위하고 누구도 그의 도성에 드나들지 못하게 했다(...).

  예루살렘에 갇힌 히스기야에 대한 기록은 여기서 끝난다. “새장 안에 갇힌 새”와 같은 처량한 신세가 되었던 히스기야와 예루살렘에 관한 기록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다. 새장 안에 갇힌 새를 왜 잡지 못하고 군대를 철수하게 되었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히스기야 시대에 고대 근동세계에서 최고의 신으로 군림했던 앗시리아의 수호신 앗슈르의 휘장을 앞세우고 예루살렘을 공격했던 앗시리아의 산헤립 군대를 야웨의 천사가 쫓아 버렸다는 이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야웨 하나님이 그 어떤 대제국의 신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제까지 가나안의 여러 신들과 최고신의 자리다툼을 벌였던 이스라엘의 종교역사에서 벗어나 이제는 야웨가 국제사회의 최고신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고대 근동세계의 패권자로 군림했던 산헤립과 대제국 앗시리아의 수호신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던 앗슈르가 이스라엘의 야웨 하나님께 패배하고, 그 자리를 야웨께 내주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산헤립의 『실록』에서는 그 전쟁의 결과를 생략했던 것이다.
  물론 우리는 유일신 야웨를 믿고 있지만, 그 당시 다신교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야웨가 비로서 모든 신들 중에 “최고신”의 자리에 등극한 것으로 믿었다. 최고의 신이신 야웨를 믿고 찬양해야 한다는 것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야웨 하나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