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멜렉(Melek)이 몰렉 (Molek)이 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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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60. 멜렉(Melek)이 몰렉(Molek)이 된 시대 히브리어에는 어근이 같은 두 개의 단어가 있다. 즉 멜렉과 몰렉이라는 단어이다. 멜렉은 “왕”이라는 의미인데 반해, 몰렉은 “사람을 잡아 먹는 귀신”이라는 뜻이다. 동일한 어근에서 파생된 말이지만 그 뜻은 현저하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구약성서의 용례를 보면 이스라엘의 왕을 지칭할 때에는 반드시 멜렉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몰렉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사용되었을까? 몰렉은 암몬 사람들이 섬겼던 국가신이었다. 몰렉종교의 제의형식은 아이들을 불태워 죽여서 드리는 인신제의이다. 이러한 몰렉종교의 인신제사는 이스라엘의 아하스왕과 므낫세 치하에서도 행하여졌다. 아하스는 그의 아들을 예루살렘 성 밖의 “흰놈의 골짜기”에서 몰렉신에게 바쳤는데, 그 배경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동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북왕국의 왕 베가와 아람왕 르신이 연합하여 유다를 침공하자 위기에 몰린 아하스가 자신의 아들을 몰렉신에게 희생제사의 제물로 바쳤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왕으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우매한 일이었다. 한편 백성들의 안녕과 국가를 보위하고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가진 왕을 의미하는 멜렉이 사람을 잡아 먹는 귀신으로 둔갑한 시대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왕정시대였다. 이스라엘의 사사시대가 막을 내릴 무렵에 백성들은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였다. 백성들은 왕이 국가를 튼튼히 보호해 주고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왕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대신 부정적인 면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사무엘은 왕의 폭정을 경고하였다(삼상8:10-18). “왕은 너희들을 치리할 것이며, 그 착취와 폭압정치에 견디지 못한 백성들이 결국 하나님께 왕으로부터 구원해 달라고 부르짖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왕을 요구하였다. 이렇게 해서 신정국가인 이스라엘이 드디어 왕정체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그러면 사무엘의 경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이스라엘의 역사에는 다윗이나 여호사밧, 히스기야, 요시야로 이어지는 선한 왕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을 통틀어 39명의 열왕들 가운데 진정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쳤던 어진 왕은 극소수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사무엘이 경고한 대로 왕정은 이스라엘의 희망이 아니라 재앙을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즉 “멜렉”이 “몰렉”으로 변질된 시대가 바로 왕정시대였던 것이다. 왕정시대 대부분의 왕들은 백성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과 탐욕을 채웠던 것이다. 암몬의 국가신인 몰렉은 많은 사람들을 잡아 먹었다. 이스라엘 어린이들까지도 잡아 먹었으니 그 수는 대단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도 왕인 멜렉이 사람잡아 먹는 몰렉으로 변질된 경우가 허다하다. 성군으로 추앙받았던 다윗의 범죄로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죽었던가? 잠시나마 다윗도 멜렉의 위치를 망각하고 몰렉으로 되었다가 엄청난 댓가를 치른 것이다. 다윗이 이 정도라면 다른 왕들에 의해서 고통과 죽음을 맞이한 백성들은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왕정이 아니라 대통령 중심제이다. 사회 일각에서 대통령 중심제의 폐단과 또 한편에서는 내각제의 폐단을 이야기한다. 대통령이든 내각의 수반이든 왕정체제로 말하면 그들은 다 “멜렉”인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멜렉인 대통령이 몰렉이 되지 않도록 깨어 기도해야 할 것이다. 멜렉이 몰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이 시대 기독교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