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쿠테타에는 성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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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59. 쿠테타에는 성공이 없다 우리나라는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몇 번의 쿠테타가 있었다. 혹자들은 성공한 쿠테타에 대해서는 정통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그들의 논리대로 성공한 쿠테타이니 정통성을 부여해야 할까? 기독교인들은 이 문제를 성서로 풀어 보아야 한다. 구약성서에도 쿠테타로 정권을 탈취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럴 경우 구약성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사사기를 보면 300명의 군사로 미디안 대군을 격파했던 기드온이라는 걸출한 사사가 있었다. 그의 지도자적인 자질을 인정한 백성들이 왕으로 추대하려고 하자 기드온은 이스라엘의 왕은 오직 하나님뿐이시라며 거절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71명 중, 가나안의 세겜 여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비멜렉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권력에 눈이 어두웠던 아비멜렉은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쿠테타로 정권을 탈취하였다. 그의 쿠테타 과정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오늘날의 우리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법과 너무나도 흡사하다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1) 거짓선동: 아비멜렉은 세겜 사람들을 선동하면서 “여룹바알(기드온)의 아들 일흔 명이 여러분들을 다스릴 것이라”(삿9:2)고 했다. 사실 이말은 진실이 결여된 거짓선동에 불과하다. 기드온과 그의 아들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한 바가 있다(삿8:23). 그런데도 아비멜렉은 70명의 아들들이 왕이 되겠다고 나선다면 나라가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홀로 왕이 되어야 한다며 거짓선동을 하고 있다. 위기감을 조성해서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의도였다. 2) 지역감정 조장: 아비멜렉의 외갓집은 세겜이다.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으나 기드온의 아들 중에서 세겜 출신은 아비멜렉이 유일하다. 세겜은 과거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의 추장에 의해 강간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그의 오라버니인 시므온과 레위가 할례를 빙자해서 3일째 되는 날 세겜의 모든 남자들을 죽인 뼈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피해의식과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세겜 출신의 아비멜렉이 이런 지역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쿠테타를 일으켰다. “나는 여러분들과 한 혈육입니다”(삿9:2)는 말에 나타나 있다. 3) 불법적인 정치자금: 아비멜렉의 거짓선동과 지역감정 조장에 넘어간 세겜 사람들이 그의 쿠테타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 나라의 정권을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겠는가? 아비멜렉은 외삼촌과 세겜 사람들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그러자 세겜 사람들은 그들이 섬기는 바알브릿 신전의 돈을 내 주었다. 4) 정치깡패 동원: 바알브릿 신전의 돈을 취한 아비멜렉은 그 돈으로 건달들, 즉 요즘말로 어깨들을 사 모았다. 정치깡패들인 셈이다. 정치깡패란 언제나 후진 사회에서 분별력을 상실하고 돈을 따라 움직이는 무리들이다. 우리는 자유당 시절부터 이런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5) 정적암살: 아비멜렉과 그가 돈으로 매수한 정치깡패들이 70명의 형제들을 오브라에 있는 넓다란 바위에서 다 죽였다. 물론 기드온의 말째 아들인 요담은 스스로 숨어서 살아났지만 말이다. 70명의 형제들이 자신의 왕권에 도전세력이 된다는 생각에서 다 제거했던 것이다. 쿠테타를 성공시킨 아비멜렉은 세겜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왕”이란 히브리어로 “멜렉크”(Melek)이다. 왕을 의미하는 멜렉크는 아비멜렉에게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역사기술 어디에서도 그를 왕이라고 호칭하지 않는다. 비록 쿠테타는 성공했으나 하나님과 백성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북왕국 아합 왕의 딸인 아달랴라는 여인이 남왕국에 시집와서 손자들을 다 죽이고 6년간이나 유다를 통치했음에도 열왕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것과 같다. 두 사람 모두 쿠테타를 성공시켰으나 이스라엘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과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데는 실패했다. 즉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구약성서의 입장은 “쿠테타에는 성공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대기 사가의 관점이기도 하다. 여로보암이 정치적인 쿠테타로 북왕국을 창건했으나 역대기 사가는 북왕국에 관해 철저하게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의 역사책인 역대기상하서와 에스라, 느헤미야 어디에서도 북왕국에 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비록 여로보암이 성공한 쿠테타의 주인공이나 역대기 사가는 쿠테타로 세운 나라이기에 불법적인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쿠테타로 정권이 뒤바뀐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교훈을 준다. 우리의 역사도 성서의 역사기록처럼 쿠테타에는 성공이 없다는 역사기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