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세겜에서 세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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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58. 세겜에서 세겜까지 북왕국의 사마리아 산지에는 두 개의 유명한 산이 있는데, 하나는 저주를 선포했던 에발산이고, 다른 하나는 축복을 선포했던 그리심산이다. 이 두 산봉오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가 북왕국 최초의 수도였던 세겜이다. 세겜은 기원전 2000년대 초부터 형성된 가나안의 도시국가이며, 성안의 광장에는 “바알브릿”(사사기9:4)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신전이 있었다. 이것은 로마시대 이전에 가나안에 있었던 신전들 중에서 가장 큰 신전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세겜은 신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즉 세겜은 구약신학자 폰 라트(Von Rad)가 제기한 “육경설”(Hexateuch)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육경설이란 기존의 창세기에서 신명기를 하나로 묶는 "오경설"(Pentateuch)을 거부하고, 창세기로부터 여호수아서까지 여섯 권을 하나로 묶는 학설이다. 그 이유는 창세기에서 이스라엘의 족장들에게 약속하셨던 땅에 대한 약속이 여섯 번째의 책인 여호수아서에 와서 성취된다는데 착안한 학설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하란에서 출발하여 가나안의 세겜에 왔을 때 하나님은 그 땅을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세겜에서 제일 먼저 하나님께 감사의 제단을 쌓았다(창12:6-7). 또한 여호수아와 백성들이 가나안 정착을 완료하고 오직 야웨 하나님만을 섬기기로 결단했던 곳도 세겜이다(수24:16-18). 세겜에서의 약속이 세겜에서 성취된 것이다. 세겜에서 세겜까지! 이런 이유로 폰 라트는 구약성서의 처음 여섯 권을 하나로 묶어 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구약성서는 세겜에서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보도하고 있다. 우선 세겜은 야곱의 딸 디나가 강간을 당했던 곳이다(창34:1-13). 세겜에는 여성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사교문화가 있었다. 같은 여성으로서 궁금한 마음이 있었던 디나가 구경 나갔다가 세겜의 추장에게 강간당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결국 오라비들인 시므이와 레위가 “할례”를 빙자한 보복공격으로 세겜의 모든 남자들이 죽임을 당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또한 야곱가족들이 하란의 외삼촌 집을 나와 가나안으로 향하던 중 세겜에 이르러 모든 우상을 땅에 묻고 하나님만을 섬기겠다고 결단한 장소였다(창35:4). 그리고 요셉의 뼈를 묻었던 장소이기도 하다(수24:32). 요셉은 본래 죽은 다음에 이집트 땅에 장사되었다. 그러나 장차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을 알았던 요셉이 출애굽시에는 자신의 뼈를 가져다가 가나안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따라서 모세는 요셉의 유언대로 해골을 취하여 나왔고, 여호수아는 그 뼈를 세겜에 묻어 주었다. 한편 구약성서의 세겜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첫째로, 세겜은 하나님의 약속이 성취된 곳이다.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처음 들어와서 이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께 제단을 쌓았던 곳이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가나안 땅을 다 정복한 후에 여호수아에 의해서 다시 한번 제사가 드려졌다. 약속의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다. 둘째로, 세겜은 우상을 버린 곳이다. 야곱가족이 세겜에 와서 오직 하나님만을 잘 섬기겠다고 다짐하면서 하란에서 가지고 왔던 모든 우상을 땅에 묻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여호수아는 백성들을 향해 “모든 우상을 버리고 오직 주 야웨 하나님만을 섬기라”고 고별설교를 했다. 셋째로, 세겜은 축복을 선포하는 그리심산과 저주를 선포하는 에발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제시를 하고 있다. 그리심산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축복을 얻는 삶이 무엇인지를 늘 깨닫게 하는 현장이다. “세겜에서 세겜까지”는 약속과 성취의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겜은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당신이 선택하신 백성들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