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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여리고 성을 재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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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54. 여리고 성을 재건하지 말라

  여리고에 관한 이야기는 구약과 신약성서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여리고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입성하면서 제일 먼저 점령한 곳이고, 예수님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의 무대가 되기도 하며, 키가 작은 삭개오가 뽕나무에 올라가 예수님을 보고자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형적으로 보면 여리고는 해저 250m에 위치한 무더운 곳이며 해발 750m의 예루살렘과 비교한다면 무려 1,000m의 고도차이가 난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에서 강도만난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갔다는 성서의 표현은 두 도시간의 고도차를 잘 이용한 묘사로 볼 수 있다. 
  현재 여리고는 아랍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며 종려나무가 많이 있고, 분당 4,000리터 이상의 물이 솟아나는 “엘리사의 샘”도 가지고 있다. 또한 도시의 입구에는 20m 높이의 “삭개오 나무”라고 불리우는 무화과나무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무화과 나무가 삭개오가 예수님을 보기 위해 올라갔다는 나무라고 한다. 물론 뽕나무로 기록하고 있는 성서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지만 말이다.
  여리고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50년대 영국의 여성 고고학자인 캐들린 케년(Kathleen Kenyon)에 의해서다. 이 발굴팀의 발굴결과에 의하면 여리고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성으로 기원전 7000년대에 이미 도시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8m의 높이의 망대가 세워졌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바로 여리고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여호수아 6장에는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를 점령하는 이야기가 있다. 여리고 성의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 접근해 오자 두려워 성문을 굳게 닫고 출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수6:1). 이는 이스라엘의 명성을 이미 듣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루에 성을 한 바퀴, 그리고 마지막 일곱째 날은 일곱 바퀴를 돈 후,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고 백성들은 환호성을 지르자 견고하던 세계 최초의 도성이 와르르 무너졌다고 한다.
  전쟁을 끝낸 여호수아가 “이 성을 누구든지 재건하지 말라. 만일 재건하는 자는 야웨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를 받을 것이다. 그 기초를 쌓을 때에 장자를 잃을 것이고, 문을 세울때에 계자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수6:26). 그런데 이 경고를 무시하고 여리고를 재건하다가 불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북왕국 아합시대에 히엘이라고 하는 벧엘 사람이 여리고 성을 재건하였다. 그러자 여호수아의 경고대로 히엘이 기초를 쌓을때에 그의 맏아들 아비람이 죽었고, 문을 세울때에 말째 아들 스굽이 죽었다(왕상16:34). 성서기자는 이 사건을 보면서 야웨께서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과 같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하나님 말씀의 성취를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하나님은 유독 여리고성에 대해 재건을 금하셨고, 재건하는 자는 저주를 받도록 하셨을까? 앞에서 설명한 대로 여리고는 세계 최고의 도시이며, 견고한 성벽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따라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 이스라엘 자체의 힘으로는 정복 불가능한 도성이다. 이것은 이스라엘과 그 후손들을 교훈하기 위한 하나님의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무너진 여리고를 볼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억케 하고, 어떤 나라 어떤 도시들도 우상을 숭배하고 하나님을 대적한 결과는 여리고처럼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교육용이다. 아무리 견고하게 쌓은 성이라도 하나님의 능력 앞에서는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여리고성 재건금지에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현재 여리고에는 유대인이 아닌 아랍족들이 살고 있다. 재건을 금지한 하나님의 명령대로 유대인들은 아예 살지 않고 있다. 재건할 수 없는 도시라면 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재건을 금지한 여리고에 유대인들이 아니라 아랍족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오늘도 유대인들이 여호수아의 경고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다. 여리고성 재건금지에 나타난 하나님의 메시지를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도 함께 경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