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교회
영혼의 양식 예안 활동 구약성서의 세계로

53. 정경성을 의심받았던 세 권의 책들

목록 가기

날짜 : 2020-02-03

53. 정경성을 의심받았던 세 권의 책들

  유대인들은 구약성서를 "타낙"(Tanak)이라고 부르는데, 이 타낙은 세 단어의 머리글자를 모아 합성한 약칭이다. 본래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서는 오경-예언서-성문서의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오경은 히브리어로 “토라”(Torah)이고, 예언서는 네비임”(Nebiim)이라고 하며, 성문서는 “케투빔”(Kethubim)이라고 부른다. 이 세 단어의 머리글자를 따면 TNK가 된다. 이 글자들 중간에 모음 “아”(a)를 붙이면 “타낙”(Tanak)이 된다. 이렇게 해서 유대인들은 구약성서를 “타낙”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타낙”에서 제일 먼저 정경(Canon)으로 공인된 것은 율법서인 오경이다.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원전 4세기에 오경을 하나님의 말씀인 정경으로 수용했다. 그리고 예언서는 기원전 2세기에 이르러 두 번째로 정경으로 공인되었으며(원래 히브리어 구약성서는 오경-예언서-성문서로 분류되었는데, 후대에 와서 히브리어 성서를 헬라어로 번역했던 70인역 구약성서(Setuagint)가 오경-역사서-예언서-성문서라는 네 부분으로 분류했다. 오늘도 대개 이 분류법을 따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문서가 주후 1세기에 정경으로 인정받았다.
  이 세 부류의 책들을 하나님의 말씀인 정경으로 최종 공인한 것이 주후 90년 얌니아라는 곳에서 열렸던 유대인 랍비회의였다. 여기 모인 유대인 랍비들에 의해 구약성서가 최종 39권으로 확정되었던 것이다.
  한편 구약성서의 정경화 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책들이 세 권 있었다. 즉 이 세 권의 책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정경으로 공인할 수 없다는 것인데, 아가서와 전도서, 그리고 에스더서가 그 주인공들이다. 왜 이 세 권의 책들이 정경채택에 있어서 논란이 되었을까?
  우선 아가서는 남녀 간의 사랑을 진한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는데서 문제가 되었다. 요즘말로 너무 야한 표현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 숙의과정에서 랍비들은 아가서의 사랑은 남녀 간의 단순한 사랑놀음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비유적으로 묘사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경으로 채택했다. 또한 전도서는 모든 인생살이를 “헛된 것”으로 규정함으로서 인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데서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저자가 솔로몬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정경으로 채택되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솔로몬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다.
  그리고 마지막 에스더서는 유대 국수주의에 깊은 뿌리를 두고 타국민에 대한 배타성이 너무 강하게 베어있어서 논란이 되었다. 특히 에스더서는 그 역사적 진실성에서도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의심을 받았다. 첫째 구약 외경인 벤 시라의 『집회서』44-49장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선조들의 유명인사 명단에 에스더와 모르드개의 이름이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  둘째 에스더 2장 6절에 의하면, 모르드개는 바벨론의 느브갓네살에 의해 1차 포로로 잡혀갔다. 그런데 모르드개의 실제적인 활동은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 왕의 통치시대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연대기적으로 100년이 넘는 기간이다. 따라서 모르드개가 이처럼 장수했을 수 있느냐에 의문이 남는다. 셋째 에스더의 남편이었던 아하수에로 왕의 왕족명단에 에스더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넷째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이라는 명칭이 전무하다는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더서는 이방땅에서 살았던 유대인들의 성공담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되어 정경으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 세권의 책들을 성서 비평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정경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후 90년 얌니아에 모였던 랍비들의 정신을 우리는 되새겨 보아야 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진한 사랑을 노래한 아가서, 이스라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던 솔로몬의 인생고백이 담긴 전도서, 그리고 이방땅에 포로로 끌려가서 수많은 시기와 모함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축복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스더서, 이런 관점에서 이 세권의 책들을 읽는다면 정경으로서의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가치있는 책들이라고 본다. 신앙공동체에 의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충분히 고백되어질 수 있는 책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