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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도피성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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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20-02-03

49. 도피성 제도

  민수기 35장에 의하면 레위지파는 다른 지파들로부터 48개의 성읍을 할당받았다. 그런데 하나님은 레위인들이 할당받은 48개의 성읍 가운데 요단 동편과 요단 서편에 각각 세 개씩, 총 여섯 개의 성읍들을 도피성으로 구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왜 하나님은 도피성 제도를 만드셨을까? 국가가 형성되기 전이나 형성되었더라도 국가의 법 기능이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못했을 때에는 인과응보에 기초한 보복행위가 이스라엘을 비롯한 고대 근동세계의 일반적인 관습이었다.
  세계 최초의 법전은 기원전 21세기 초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성서가 전하고 있는 우르에서 공표된 『우르 남무 법전』이다. 이보다 약 350여년 후에 등장한 것이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이다. 이 두 개의 법조문은 구약성서에 기록된 모세의 법과 비교해 보면 흥미있게도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라는 구약성서의 동해복수법은 함무라비 법전에도 명시되어 있다. 함무라비 법전 1조항에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였다면 그도 죽이라”고 하며, 196조항에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을 경우에는 그의 눈을 멀게 하라”고 한다. 또한 197조항에는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을 경우에는 그 사람의 뼈를 부러뜨리라”고 적고 있다.
  이러한 동해복수법은 고대 근동지역에서는 널리 적용되었던 법이며, 이것이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사회에도 적용되었다. 그래서 모세 율법의 근간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약성서의 동해복수법이 공포되었던 것이다. 
  한편 동해복수법은 무리하게 적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즉 고의가 아닌 실수로 행한 살인행위에까지 적용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신명기 19장의 예처럼, 어떤 사람이 산에서 도끼로 나무를 찍다가 도끼자루가 빠지면서 밑에 있던 사람이 맞아 죽었다. 사실 이것은 고의가 아닌 과실일 뿐이다. 이런 경우에까지 동해복수법을 적용해서 죽인다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하나님의 판단이셨다. 이런 경우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바로 도피성 제도이다. 
  그래서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한 손실을 입혔을 경우에는 누구든지 도피성에 피하면 살 수 있도록 하셨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 까지도 적용토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도피성에 피했더라도 재판을 통해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보호받을 수 없었다. 부지 중에 과실이 입증되어 도피성에 피한 자들은 대제사장이 죽은 후에 다시 돌아 올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도피성 제도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은 생명을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모습이다. 동해복수법은 고대 근동지역에서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이나 그들에게서는 도피성 제도라는 것이 없다. 무조건 보복이고 죽음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생명을 존중히 여기시는 분이라 억울한 죽음을 방지하셨다.
  다음으로는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이다. 도피성에 피하면 안전하듯이 우리도 피난처되시는 그리스도의 품으로 피하면 안전하다. 그리고 대제사장이 죽음으로써 도피성에 피한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듯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모든 인간은 구원받아 영생을 소유하게 되었다. 대제사장이 죽지 않으면 도피성에서 구원되지 못하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다면 우리에게도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영원한 도피성이시며, 생명이 되신다. 그의 품에 피할데 안전하고 그의 죽으심으로 우리가 생명을 얻었다. 따라서 구약성서의 도피성은 신약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