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교회
영혼의 양식 예안 활동 구약성서의 세계로

45.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자신의 죄인가? 백성들의 죄인가?)

목록 가기

날짜 : 2020-02-03

45.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
(자신의 죄인가? 백성들의 죄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부름 받아 동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켰던 모세는 꿈에도 그리던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신 가나안 땅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느보산 정상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면 모세는 왜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했을까?
  구약성서는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의 원인을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민수기 20: 7-13절까지에 근거한 모세 자신의 죄를 들 수 있다. 가데스에 도착한 백성들이 마실 물이 없다면서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하자 하나님은 모세에게 반석을 명하여 물을 내라고 하셨다. 그런데 백성들의 불평에 화가 난 모세가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이나 내리치면서 “우리가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고 하였다. 이러한 모세의 언행은 하나님의 진노를 사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는 반석을 명하여 물을 내라고 했는데 그는 반석을 홧김에 쳐버렸다. 또한 물을 내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가 내는 것처럼 말했다. 이것 때문에 하나님은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을 선언하셨다. 이 본문대로 하면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은 분명히 모세 자신의 죄에 기인하고 있다. 
  한편 구약성서는 또 하나의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신명기 4: 21절의 말씀이다. “여호와께서 너희로 인하여 내게 진노하사 나를 요단을 건너지 못하며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신 그 아름다운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다”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에 의하면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은 모세자신의 죄가 아니라 백성들의 죄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백성들의 잘못을 자기가 다 뒤집어 쓰고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에 대한 원인이 각각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경 문서설에 의하면 민수기 20: 7-13절은 제사문서(P)에 속한다. 연대기적으로 볼 때 P문서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뒤인 기원전 5세기 경에 태동된 문서라는 것이 구약학자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포로후기 이스라엘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역대기 역사가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역대기 역사서인 역대기상,하와 에스라, 느헤미야서가 이때 기록되었다. 역대기 역사서의 특징은 북왕국을 죄악시하고 철저히 무시하는 반면, 오직 남왕국의 다윗중심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북왕국이 모세를 이상화시켰다면 남왕국은 다윗을 이상화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왕국이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뒤였던 포로후기에 이르러 그들의 역사도 인물도 철저하게 남왕국 역사가에 의해 무시되었던 시대다.
  P문서를 태동시켰던 제사장 계열의 사람들이 모두 남왕국 사람들이고 보면 역대기 역사가의 신앙과 사상에 제사장들도 동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왕국의 이상형이었던 모세도 남왕국의 시각에서는 그 비중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신명기에서 말하고 있는 백성들의 죄로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성서의 기록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역시 오경 문서설에 의하면 신명기서는 신명기 문서(D)에 속한다. 그런데 D문서는 북왕국에서 태동된 문서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남왕국의 이상적 인물이 다윗이라면 북왕국의 이상적 인물은 모세였다. 따라서 북왕국의 신명기 저자가 자신들의 이상형인 모세를 죄인으로 몰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남왕국의 역사가인 역대기 역사가들이 다윗과 솔로몬을 이상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역사서에서 이 두 사람의 범죄와 단점을 모조리 삭제하거나 생략하고 좋은 점들만 기록한 것과 똑 같은 이치이다. 북왕국의 신명기 사가 역시 모세를 죄인으로 몰고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모세는 죄가 없으나 백성들의 잘못을 대신 담당하고 희생했다는 설명이다.
  사실 성서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이유 중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둘 중에 어느 것은 맞고 어느 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성서의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남북의 신학자들이 전개하고 있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싸움의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서로가 자신들이 이상형으로 추앙하는 인물을 감싸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건을 시대적인 상황에서 백성들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인물을 통해 난국을 극복하고자 했던 신학자들의 정신과 의도를 찾으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세의 가나안 입성좌절을 설명하는 서로 반대되는 이유도 다 맞다고 할 수 있다. 시대적인 상황과 성서저자들의 신학적인 의도를 이해하면 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