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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안식일 준수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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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2-10

40. 안식일 준수의 변천사

  안식일”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샵바트”에서 독어나 영어의 “Sabbath”의 음역을 거쳐서 유래된 말이다. 히브리어 샵바트는 종교적인 영역에서만 사용되며, 일주일의 제칠일을 의미한다.
  한편 구약성서의 안식일 개념과 유사한 것을 고대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바벨론에서는 “불행한 날”, 즉 흉일이라는 것이 있다. 한달 중에서 7, 14, 21, 28일은 “운수가 사납고, 사고가 많은 재수없는 날”이라고 표시해 두었다. 이런 액일에는 “삶은 고기나 구운 빵을 먹어서는 안되며, 옷을 갈아입거나 빨아서도 안되며, 신에게 제물을 바치거나 수레에 타서도 안되며, 통치권을 행사해서도 안된다. 제사장이 신탁을 주어서도 안되며, 의사가 환자를 치료해서도 안되며, 이 날은 무슨 소원을 말해서도 안되는 날”이다. 사실 바벨론의 흉일은 주기적으로는 안식일과 유사한 면이 있으나 그 날의 성격은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는 안식일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른 한편, 아카드어에도 좋은 날을 표시하는 “샷팟투”라는 날이 있다. 이 샷팟투는 한 달의 한 가운데 날로서 음력 보름을 가리킨다. 이 날은 “신들의 심장이 만족해진 날”, 즉 행운의 날이라는 것이다. 또한 로마인들은 9일마다 “눈디네”(Nundinae)라는 장날제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국 남서부의 롤로스 여인들은 6일마다 빨래와 바느질을 쉬었다고 한다. 이런 휴일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종교적인 동기가 한 원인이다. 이러한 휴일제도는 자연히 일정한 규례와 금지령들을 가지게 되었다.
  구약성서의 안식일 제도도 이런 날들과 비슷한 것이 있는가 하면 그것만의 특징도 있다. 안식일제도의 특수성은 안식일의 주기적인 반복에도 있지 않고, 노동의 휴식도 아니고 안식일 제도가 가지고 있는 금지규정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의 안식일은 계약을 맺으신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성별된 날이요, 안식일은 계약을 이루는 중요한 일부이다.
  한편 구약성서의 안식일 규례는 이스라엘의 역사현장에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우선 포로기 이전의 예언자 시대에서는 안식일은 즐거운 날이고 축제와 환희의 날이다. 사람들은 안식일에 성소를 찾아갔고, 하나님의 사람을 방문하였다(왕하4:23). 일상의 일을 중단하였으며(출20:9; 신5:13; 출23:13), 장사도 쉬었다(암8:5). 그러나 기원전 587년 바벨론에 의하여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난 다음부터는 안식일의 의미가 더욱 커졌다. 다른 절기들을 지킬 수 없었던 포로기에는 안식일 준수가 다른 이방 백성들과 구별해 주는 징표가 되었다.
  그런가하면 포로기 이후의 안식일은 기쁨과 존귀의 날로 인식되었다(사58:13). 그래서 특별한 예물을 드린 동시에 엄격한 규례들이 선포되었다. 장사와 여행이 금지되고(사58:13), 짐을 옮기지도 못했으며, 예루살렘으로의 물건의 반입도 금지되었다(렘17:21). 그러나 이런 금지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느헤미야가 두 번째로 총독에 부임했을 때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포도주틀을 밟고, 예루살렘으로 과일을 반입하고, 뵈니게의 상인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들어왔다(느13:15). 이러한 안식일 파괴행위를 막기 위해 느헤미야는 예루살렘의 성문들을 폐쇄시키고(느13:19-22), 유대인들로부터 안식일 준수에  대한 서약을 받기도 했다(느10:31).
  안식일 규례는 중간시대인 마카비시대에 와서 더욱 엄격하게 준수되었다. 시리아 군대가 안식일을 이용해서 공격하자 유대인들은 안식일의 휴식규례를 범하기 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앉아서 적들에게 죽는 길을 택했다(1마카비2:32-38). 이런 일이 있은후 지도자 맛타디아스는 안식일에 공격을 받을 경우에는 방어할 의무가 있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선포하기도 했다(1마카비2:39). 그러나 2마카비 8:25-28절에 의하면 유대인들은 시리아의 니카노르와 그의 군대를 격파하고서도 안식일이되자 추격을 중지하고 전리품의 분배도 다음날로 연기했다고 한다.
  외경 희년서 50:8-12절에서도 안식일에는 결혼식과 불을 지피는 일, 그리고 요리를 금했다. 요세푸스(Josephus)가 전하는 에세네파의 안식일 준수는 더욱 철저했다. 그들은 안식일에 불지피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날 저녁에 미리 음식을 다 준비해 놓았으며, 어떤 물건이든 움직이지 않았고, 심지어 대변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신약시대에 와서는 바리새인들이 나름대로 엄격하게 안식일 규례를 준수했다. 안식일에는 침구를 운반하지 않았고(요5:10), 환자들을 돌보지도 않았으며(막3:2; 눅13:14), 곡식이삭을 자르지도 않았다(마12:2). 안식일 거리규정에 따라 2000보나 1000미터 이상을 걷지도 않았다(행1:12). 그러나 예수에 의해서 안식일 규례는 거센 도전을 받게 되었다. 예수는 안식일 자체를 나쁜 것으로 보지는 않았으나 안식일에 대한 유대인들의 편협한 해석을 비판하셨다. 예수는 안식일의 의무보다는 이웃사랑이 더 크다고 강조하셨다(막3:4; 눅13:15). 한걸음 더 나아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창조되지 않았다”(막2:27)고 하셨다. 예수는 유대인들의 그릇된 안식일 규례를 비판하고 폐기하셨다.
  예수는 “인자가 안식일의 주인이라”(막2:28)고 선언함으로서 옛 계약과 그 계약에 의한 안식일를 폐지하셨다. 따라서 유대인들의 안식일과 기독교의 주일은 연속성이 사라졌다. 여기서 우리는 안식일과 구별되는 주일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안식일은 한 주간을 끝맺는 날이지만 주일은 새로운 한 주간을 여는 날이다. 한 주간의 첫 날인 주일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예수의 부활과 부활하신 예수가 여러 사람들에게 나타나셨던 일을 회상하며, 약속대로 다시 오실 예수를 사모하며 기다리는 가운데 한 주간을 시작하는 새로운 날이다.
  우리는 한 주간의 시작인 주일을 칠일마다 어김없이 맞이한다. 한 주간의 첫날인주일을 맞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안식일의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사랑으로 율법을 완성하셨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주일마다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를 확인해야 하고, 부활의 주님을 회상하며 예수가 재림주로 오실 날을 사모하면서 그날 나도 부활한다는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