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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아말렉을 도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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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2-08

38. 아말렉을 도말하라

  이집트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지나면서 아말렉과의 최초의 전투를 벌이게 된다. 아말렉족은 에서의 손자인 아말렉의 후예들(창36:12)인데, 이들은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을 찾아 이동하며 유목생활을 하던 자들이다. 
  출애굽기 17장에는 르비딤이라는 곳에서 최초의 전투가 벌어지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이 전쟁의 총사는 여호수아 장군으로 전쟁의 특징은 산꼭대기에 선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모세의 손이 내려오면 아말렉이 이겼다고 한다. 그런데 모세의 팔에 힘이 빠지자 손이 자꾸 내려와서 전체적인 전황이 이스라엘이 불리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론과 훌이 양 옆에서 모세의 손이 내려오지 않도록 붙들어 올리자 이스라엘이 아말렉을 격파하고 승리를 얻었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이 전쟁에서 승리한 모세에게 하나님은 “아말렉을 도말하여 천하에서 기억함이 없게 하라”고 명령하셨다. “도말하다”라는 것은 “완전하게 없앤다”는 뜻이다. 아말렉은 역사에서 멸절시키라는 명령이다. 하나님의 이 명령은 히스기야 시대를 거치면서 시므온 지파에 의해 성취되었다(대상4:41-43).
  사실 이스라엘은 가나안을 향하는 도중에도 모압이나 암몬, 바산등과도 전쟁을 치렀고, 가나안에 정착하면서도 수많은 전쟁을 경험했다. 그런데 성경은 아주 드물게 아말렉을 아예 영원히 도말하라고 명령하셨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신명기 25: 17-19절에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아말렉의 소행은 한마디로 비겁하고 야비한 행동에 하나님의 진노가 임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오랜 광야행진과 르비딤에서의 마실 물이 없는 관계로 지치고 피곤하였다. 자연히 행진 도중에 노약자와 부녀자,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대열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아말렉은 대열 후미의 연약한 자들을 공격했다. 그래서 힘이 없는 노약자와 부녀자들과 어린 아이들이 많은 해를 입었다. 하나님이 보실 때 이런 소행은 비신사적이며 비겁하고 야비한 행동으로 보였다. 따라서 그들을 진멸하라고 신명기에서도 재차 명령하신 것이다.
  비겁하고 야비한 행동은 이스라엘과 이방인을 무론하고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이다. 창세기 34장은 야곱의 가족들이 20년 동안 머물렀던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 오던 중 세겜이라는 곳에서 야곱의 딸인 디나가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강간당하는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하몰이 자기의 아들이 디나를 사랑한다며 며느리로 줄 것을 요구하자 누이의 강간사건에 복수를 결심했던 시므온과 레위가 야비한 제안을 내 놓았다. 만일 세겜의 모든 남자들이 다 할례를 받는다면 누이 디나를 세겜의 아내로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던 세겜의 모든 남자들이 다 할례를 받았다. 그런데 할례로 인해 고통과 움직이지 못하는 제3일에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가지고 가서 세겜의 모든 남자들을 다 죽이고 말았다. 이들은 하나님의 백성됨의 징표인 거룩한 예식인 할례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당연히 하나님의 진노가 임했다. 비록 야곱의 자손들이나 비신사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을 용납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 결과로 장자권이 그들을 지나 넷째인 유다에게로 넘어가고 말았다.
  신약성서에서는 베뢰아 사람들이 아주 신사적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고대 근동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들은 거의 비신사적이고 야비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하나님은 아주 신사적이신 분이시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하나님처럼 신사적이어야 한다. 아말렉은 힘이 없는 노약자와 부녀자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대열에서 낙오되자 그들을 비겁하게 공격했다.
  우리 사회에도 전체 대열에서 낙오되는 힘없는 이웃들이 많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필연적으로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생존경쟁의 낙오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약함을 간파하고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들의 상황을 악용한다면 이스라엘의 행진대열 후미를 공격했던 아말렉과 똑 같은 자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임을 알아야 한다.
  아말렉을 영원히 도말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경쟁의 낙오자들을 안고 가야 하는 우리에게 들려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들어야 할 음성일 것이다. 구약성서는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있을 때 정의로운 사회로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