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출애굽은 언제였을까?

37. 출애굽은 언제였을까?

  이스라엘의 출애굽은 언제였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학설이 존재하고 있는데, 하나는 기원전 15세기로 보는 “전기 연대설”과 다른 하나는 기원전 13세기로 보는 “후기 연대설”이다.
  우선 전기 연대설의 성서적 근거는 열왕기상 6장 1절의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지 사백 팔십년이요 솔로몬이 이스라엘 왕이 된 지 사 년 시브월 곧 이월에 솔로몬이 여호와를 위하여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니라”는 말씀에서 찾고 있다. 이 학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솔로몬이 기원전 970년에 왕으로 등극하였다고 보기 때문에 솔로몬의 통치 4년은 기원전 966년이 된다. 여기에 480년을 더하면 기원전 1446년이 출애굽의 연도라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에 많은 구약성서 학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 가고 있는 “후기 연대설”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 중요한 요인을 몇가지 살펴보면, 첫째로 열왕기상 6장 1절에 대한 해석이다. 후기 연대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 본문의 신빙성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고 있다. 사실 구약성서의 연대기술은 때때로 오류적인 표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열왕기상 6장 1절에는 480년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70인역 성서에는 440년으로 나타나 있으며, 역시 애굽의 노예기간도 우리 성서가 430년으로 기술하는데 비해 70인역 성서는 215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우리 성서가 사울이 왕으로 즉위할 때를 40세라고 하고 있으나 어떤 영어성서는 30세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70인역 성서는 아예 나이를 생략하고 있다. 이것은 원문을 명백히 변조하거나 누락시킨 예이다. 히브리어 원문은 사울이 한 살에 즉위하여 이 년을 통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물론 이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그것은 성서의 숫자기록이 때때로 오류가 있음을 인정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후기 연대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열왕기상 6장 1절의 480년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12세대를 가리키는 대략수로 이해한다. 즉 이들은 1세대를 25-28년 정도로 보고 있기 때문에 계산하면 150년이 줄어들어 기원전 13세기가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후기 연대설의 근거는 이집트의 역사기록과 고고학적인 증거에서 찾고 있다. 출애굽기 1장 11절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로를 위하여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하는데 동원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집트의 역사기록에 의하면 이 두 개의 국고성은 이집트 19왕조의 창시자였던 세토스(Sethos) 1세(기원전 1305-1290)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그의 아들인 라암세스(Raamses) 2세 치하에서 완공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건축현장에 하비루들이 동원되었으며, 그들 중 일부가 반란을 일으켜 도망갔다는 기록도 하고 있다. 어원학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을 가리키는 “히브리”라는 말은 고대세계에서 유랑과 노예로 삶을 이어가던 “하비루”와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프랑스의 고고학자인 에두아르 나빌(Edouard Naville)은 국고성 건축현장이었던 비돔과 라암셋에서 짚을 넣은 벽돌과 짚을 거의 넣지 않거나 전혀 넣지 않은 벽돌층을 발견했다. 동시에 라암세스 2세가 언급된 비문들도 몇 개 발굴했다. 따라서 나빌은 출애굽의 연대는 기원전 13세기라고 못박았다.
  넷째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를 행진하면서 모압과 에돔과의 충돌을 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기원전 13세기에 팔레스타인에 자리잡은 나라들이다. 뿐만아니라 이스라엘이 가나안 진입시 공격했던 하솔(Hazor), 라기스(Lachish), 드비르(Debir) 등은 고고학적으로 기원전 13세기에 파괴된 도성이라는 것이 고고학에 의해서 밝혀지게 되었다. 
  열왕기상 6장 1절의 기록을 제외하면 성서 어디에서도 전기 연대설을 확인해 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후기 연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록들과 고고학적 증거들이 풍부하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출대굽은 출애굽기 서장의 배경이 되는 이집트 제19왕조의 세토스 1세와 그의 아들 라암세스 2세 치하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출애굽은 기원전 13세기 초에 일어났으며, 13세기 중엽에 가나안에 입성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