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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메소포타미아의 저승세계와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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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2-06

36. 메소포타미아의 저승세계와 성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생각했던 저승세계는 이집트인들의 저승세계관 보다는 더 현실적이었다.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저승여행』이라는 서사시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생각했던 저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르의 임금이었던 길가메쉬는 도시의 젊은이들과 어울려 “나무공과 타봉놀이”로 하루를 소일했다. 그러자 젊은 아낙네들의 원성이 워낙 강해 나무공과 타봉이 저승으로 떨어지고 만다. 이 일로 길가메쉬는 매일 시름에 젖어 한탄하며 지냈다. 보다 못한 시종 엔키두가 목숨을 걸고 저승에 가서 나무공과 타봉을 찾아 오겠다고 하자 길가메쉬는 저승에 가서 저승 사람들을 흥분시키면 죽고 오지 못한다면서 꼭 지켜야 할 주의 사항을 일러 주었다.

      깨끗한 옷을 입지 말라. 그들이 너를 낯선 사람으로 취급할 것이다.
     몸에 좋은 기름을 뿌리지 말라. 그 냄새로 그들이 너를 둘러 쌀 것이다.
     창을 저승에서 흔들어 대지 말라. 창에 다친 사람들이 너를 둘러 쌀 것이다.
     네 몸에 막대기를 들지 말라. 유령들이 모여 들 것이다.

  그러나 엔키두는 길가메쉬의 말을 무시하고 좋은 옷을 입고 손에 막대기와 창을 들고 내려갔다. 당연히 저승에서 붙잡혀 올라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길가메쉬는 그를 살리기 위해 지하수의 신인 엔키에게 달려가서 엔키두의 구출을 부탁한다. 부탁을 받은 엔키가 엔키두를 저승으로부터 구해낸다.
  저승에서 올라온 엔키두는 저승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이를 낳아 보지 못한 여자도 있고, 결혼을 하였으나 아내의 옷도 한번 벗겨보지 못한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지붕에서 자다가 떨어져 죽은 사람과 부모에게 저주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부둣가 말뚝에 부딪쳐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이 있고, 제사를 지내줄 사람이 없는 혼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비운에 간 사람들의 혼이 한이 맺힌 나머지 악한 귀신으로 변해 밤마다 땅위로 올라와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병들게 한다고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믿었다. 그래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비운에 죽은 자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날을 정하여 거룩한 언덕에 올라 곡을 했는데, 이 곳을 “아라리”라고 불렀다. 이처럼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사람들이 악한 병에 걸리는 이유는 비운에 죽어 저승세계에 있는 사람들의 혼이 악한 귀신이 되어 올라와 사람들에게 붙음으로써 걸린다고 보았다. 그래서 종교적 행위의 의식으로 악귀를 퇴치하고 병도 고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상은 한때 침례교 목사였으나 지금은 이단에 빠진 김기동의 『귀신론』에도 등장한다. 김기동에 의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태어날 때 하나님으로부터 약속된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약속된 기간 전에 죽으면 죽은 자의 혼이 귀신이 되어 약속의 기간이 찰때까지 사람들에게 들어가 질병과 사고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예를들어 태어날 때 하나님으로부터 80세를 약속받고 태어난 사람이 60세까지만 살고 죽는다면 그는 하나님의 약속보다 20년 일찍 죽게된다. 따라서 그의 혼은 20년 동안 귀신이 되어 사람들을 괴롭히고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당하는 모든 악의 요소들은 제 명에 죽지 못한 사람들의 혼이 귀신이 되어 인간에게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이러한 김기동의 사상은 성서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성서적이고 허무맹랑한 사상이다. 
  김기동 자신이 알고 있었던, 모르고 있었던 그의 귀신론이라는 것은 이제까지 우리가 살펴본대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저승세계에 나타난 이야기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고대인들의 신화적인 이야기를 마치 성서에 근거한 것인양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자세히 관찰하면 김기동의 귀신론은 성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저승에 관한 이야기를 대충 자신의 생각에 맞게 각색했음이 금방 드러난다. 따라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저승세계는 김기동의 귀신론을 이해하고 비판하는데 좋은 자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김기동의 귀신론에 속아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