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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집트의 저승세계와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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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2-05

35. 이집트의 저승세계와 성서

  어느 민족에게나 그들이 믿고 전하는 저승세계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와서 데리고 간다고 한다. 그래서 초상집에서는 “사자밥”이라는 것을 놓아두고 저승사자로 하여금 이 밥을 먹고 죽은 조상을 안전하게 잘 모셔가 달라고 염원한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축했던 고대 이집트 사람들에 의하면 저승은 아름답고 조용한 곳으로 죽은 자가 영원히 사는 곳이라고 믿었다. 그들에 의하면 죽은 자의 혼(Ba)은 죽음과 죽어서 사는 삶의 두 영역을 왕래하는 자유를 누린다고 한다. 이집트인들이 사람이 죽으면 미이라를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의 모습을 한 “바”는 미이라가 안치된 무덤방에서 저녁에는 나갔다가 새벽에 다시 무덤방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사자의 서』라는 책의 그림에는 죽은 자의 바가 저녁에는 새처럼 날아다니기도 하고 새벽에는 죽은자의 미이라가 안치된 무덤방에서 앉아 시신을 지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집트인들은 아름답고 조용한 저승세계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고 믿었다. 여러 관문을 통과하면 나타나는 마지막 관문이 지혜의 여신인 마아트(Maat)가 있는 곳이다. 지혜의 여신인 마아트는 천칭의 한 편에 놓은 깃털로 상징되며, 다른 한편에는 죽은 자의 심장이 놓여 있다. 깃털과 심장을 저울에 달아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 저승세계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그런데 죽은 자의 심장 무게가 깃털보다 무거워 저울이 기울어 지면 죽은 자의 시신은 그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악어의 밥이 된고 만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어떻게 심장의 무게가 깃털의 무게와 같아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들의 사상에 의하면 같아지는 방법이 있다. 생전에 죄가 없다는 것을 고백하고, 또 그것이 입증이 되면 심장의 무게는 깃털만큼 가벼워 진다는 것이다. 역시 이집트인들에 의해 행복한 곳으로 상징되는 저승세계도 의롭게 사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저승세계에 관한 이집트의 사상과 성서를 연관시키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이집트인들이 믿었던 저승세계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심장과 깃털을 달아서 심판한다는 내용은 구약성서에도 나타난다. 구약 잠언(16:2, 21:2, 24:12)에는 “심장을 저울로 달아보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고대 이집트에서 볼 수 있는 죽은자의 심장과 깃털을 저울에 달아 본다는 심판의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 성서의 표현과 이집트의 시체심판 장면은 서로 간의 연관성을 추측케 한다. 그래서 바울가르텔(Baumgartel)을 비롯한 구약성서 학자들은 잠언에 나타난 “심장을 저울로 달아보는 하나님”이란 표현을 이집트의 저승세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지혜의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솔로몬 시대가 이집트와 활발한 문화적인 교류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화와 행복이 있다는 이집트의 저승세계와 성서가 말하는 천국은 확연히 다르다. 이집트인들은 죽은자의 시체에 향을 넣어 미이라 상태로 보존하는데, 이유는 죽은 자의 혼인 바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들어왔을때 거할 처소를 제공해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성서에 의하면 죽은 자의 혼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혼백이론이 말하는 대로 죽은 조상의 혼이 구천을 떠돌아다니다가 후손들이 제사음식을 차리면 와서 먹고 후손들을 축복한다는 우리 민족의 유교적인 사상도 성서에는 없다. 성서는 죽은 자의 영혼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때까지 잠을 잔다고 말할 뿐이다. 따라서 죽은 조상의 영혼이 연옥에서 활동한다는 천주교의 교리도 여기서 거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