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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시스와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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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2-04

34. 이시스와 마리아

  기원전 4세기 말에서 기원전 1세기 중엽을 헬레니즘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지중해 연안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숭배대상이었던 신이 이집트의 어머신 이시스(Isis)였다. 이시스 숭배는 이집트라는 지역적 한계를 초월하여 소아시아 지역과 심지어는 그리이스 본토에까지 널리 전파되었다. 
  이시스는 기존의 폭정신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 준 구원의 신이다. 그리이스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들은 신의 노예라는 운명으로 태어났다고 믿었다. 따라서 이들은 자유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고 믿었다. 이러한 사상을 반영한 것이 고대 그리이스 문학을 섭렵한 로마의 웅변가이며 비극작가였던 세네카(Seneca)의 “나는 자유롭게 태어났다. 그러나 운명의 뜻으로 나는 노예다”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헬레니즘 시대에 이시스 숭배가 국경을 초월하여 성행하게 된 것은 당시 “모든 삶은 노예이다”라고 외치는 대중에게 폭정의 신들과 맞서 싸워 승리함으로서 자유를 가져다 준 이시스의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죽음과 부활을 다루고 있는 『오리시스와 이시스 신화』는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근동지역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오리시스는 이집트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신이며, 또한 가장 인기있는 신이었다. 그는 신들의 세계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는데, 형의 부귀영화에 질투를 느끼고 있었던 동생 세트(Seth)는 여러 신들과 짜고 형인 오리시스를 죽이기로 한다. 그는 형의 체형에 맞는 관을 만들어 놓고 큰 잔치를 배설하고 손님들을 초대했다. 손님들이 모인 연회석상에서 세트는 이 아름다운 관을 몸집이 맞는 신에게 선물한다고 제안했다. 여러 신들이 들어가 누웠으나 맞지 않았는데 오리시스가 들어가자 정확하게 맞았다. 오리시스가 일어나려는 순간 세트와 공모자들이 무거운 납으로 된 뚜껑을 덮고 그를 죽인다. 그리고는 오리시스의 시체를 토막내어 나일강에 던져 버렸고, 강물은 그의 토막시체를 이집트 여러 곳으로 흘러 보냈다. 
  오리시스의 아내인 이시스는 그녀의 여동생의 도움으로 남편인 오리시스의 시체를 되찾아 주문의 힘으로 부활시킨다. 오리시스와 다시 만난 이시스는 잉태하여 아들 호루스를 낳는다. 오리시스가 저승세계로 내려가 지하세계의 통치자가 되어 있는 동안 홀로 남은 이시스는 아기 호루스를 품에 안고 나일강 하류의 델타지역인 파피루스 숲에 숨어 살며 아들이 장성하여 남편의 원수를 갚고 세트로부터 왕권을 되찾을때까지 키운다. 
  오리시스와 이시스의 아들인 아기 호루스를 품에 안고 폭정의 신 세트를 피해 도망다니면서 아들이 훗날 적대자를 물리치고 대중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시스의 신앙이 헬레니즘 시대 사람들에게 큰 호소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아기 호루스를 무릎에 앉히고 젖 먹이는 이시스의 모습은 고대 이집트인들뿐만 아니라 고대 지중해 세계에도 널리 알려졌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호루스를 젖먹이는 이시스의 모습은 자식을 보호하는 어미신의 정형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면 이시스의 신상과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마리아상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사실 로마의 박해시대에 가장 유행했던 그림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비잔틴 시대에도 아기 예수를 무릎에 안고 있는 마리아의 그림이 유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신이 인간을 보호한다는 것을 가장 사실적으로 실감있게 표현한 것이 이시스와 호루스, 그리고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한다. 보호해 줄 수 있는 신에게 자신의 삶을 의탁한다. 따라서 보호를 상징하는 두 그림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큰 인기와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시편 121편3-8절은 이렇게 노래한다.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지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자라 여호와께서 네 우편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치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란을 면케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