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교회
영혼의 양식 예안 활동 구약성서의 세계로

27. 족장의 아내들

목록 가기

날짜 : 2019-11-27

27. 족장의 아내들

  창세기는 원역사와 족장사로 구성되어 있다. 즉 창세기 1-11장은 인류역사를 다루는 원역사이고, 12-50장까지는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알리는 족장사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족장을 아브라함-이삭-야곱으로 보느냐 아니면 아브라함-이삭-야곱-요셉까지로 보느냐는 문제는 학문적인 논쟁이 있다. 구약신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창세기의 이스라엘 역사를 알리는 부분이 아브라함으로부터 요셉까지를 기록하고 있으니까 요셉을 포함한 네 명의 족장을 말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후에 그들의 조상을 말할 때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까지만 언급했지 거기에 “요셉의 하나님”이란 고백이 없기 때문에 야곱까지만 족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족장의 아내들인 사라와 리브가, 그리고 라헬은 공통점이 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일관되게 본래 생산능력이 없는 여인들이라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도 원래 아이가 없어서 이집트인 여자 하갈을 통해서 아이를 낳도록 했다. 그 아이가 오늘의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아랍족의 조상인 이스마엘이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도 리브가와 결혼했으나 20여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자 이삭이 하나님께 기도해서 아들 쌍둥이인 에서와 야곱을 낳았다.
  3대 족장인 야곱도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결혼하기를 원했던 아내 라헬이 아이를 낳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라헬은 자신이 생산능력이 없자 화가 나서 남편인 야곱에게 나도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떼를 쓰다가 아이의 잉태문제는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데 어찌하여 나에게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느냐며 오히려 남편에게 책망을 받았다. 라헬도 이 사실을 분명 알았을 것이나 불임증에 시달리는 자신이 너무 속상해서 투정을 부렸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불임을 현실로 받아들인 라헬이 그의 여종 빌하를 남편에게 주어서 아들을 낳게 하고는 거기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민족형성의 희망을 주셨던  하나님의 섭리치고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다. 한 민족의 조상으로써 강력한 민족형성을 진행시켜야 하는 족장들이 하나같이 생산능력이 없는 불임아내를 두었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여기에 이스라엘 신앙의 위대성이 있다. 현재의 불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미래를 꿈꾸는 것이 이스라엘의 위대성이다. 여기에 하나님의 위대성도 있다.
  황무지에서 장미꽃을 피우시는 하나님,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들을 내어서 짐승들과 당신의 택한 백성들로 마시게 하시는 하나님, 불임의 여성들을 통해서 당신의 민족을 형성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여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불가능의 상황을 가능한 세계로 만드시는 하나님과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발견해야 한다.
  3년 6개월이란 긴 가뭄의 현실에서 손만한 작은 구름에 큰 비의 희망을 걸게 하시는 하나님, 그 희망을 더 크게 성취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인간이 보기에 기적인 일을 하나님은 너무나 보편적으로 행하신다. 이 하나님의 역사를 믿고 자신들의 역사를 일구어 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위대성도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족장의 아내들인 세 여인 모두가 생산능력이 없다가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로 아이를 낳았다는 성서의 보도는 하나님께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역사는 인간의 이성이나 상상을 초월하신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