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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속이고 속는 야곱의 인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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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27

26. 속이고 속는 야곱의 인생살이

  야곱의 인생은 한마디로 파란만장했다. 그는 어린나이에 도망자의 처량한 신세가 되었고, 부모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 불효자가 되기도 했으며 외삼촌이자 장인인 라반에게 20여년의 세월 동안 사기당하면서 살았다. 동정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하는 그의 인생살이다.
  야곱의 이런 인생은 오늘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던져 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야곱에 관한 성서의 기록을 보면 사냥에서 돌아와 허기진 형의 약점을 이용해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빼았는가 하면, 눈이 어두워 앞을 보지 못하고 사람조차도 누가 누구인지 잘 분간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속여 축복을 가로채기도 했다. 참으로 비겁하고 교활한 모습으로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한 야곱이다.
  한편 야곱은 이 속임수로 인해 형의 분노를 사게되어 어린 나이에 부모형제와 고향을 떠나 도피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도피처로 선택한 곳이 하란에 있는 그의 외삼촌 라반의 집이었다. 여기서부터 성서의 저자는 속인자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독자들에게 생동감있게 보여 주려고 한다. 인간세상에 인과응보의 법칙이 살아있음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봉사하면서 라반의 둘째 딸인 라헬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 야곱의 마음을 간파한 라반이 7년을 봉사하면 라헬을 아내로 주겠다고 제의하자야곱은 그 약속을 믿고 7년을 수일같이 봉사했으나 돌아온 것은 라헬이 아니라 큰 딸 레아였다. 야곱의 항의에 직면한 라반이 그들의 풍습을 들어 큰 딸부터 보내야 한다고 강변했다. 앞을 잘 보지 못한 아버지를 속였던 야곱이 이제는 거꾸로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중에 속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야곱은 다시 라헬을 얻기 위해 7년을 더 봉사했다. 야곱은 외삼촌의 두 딸과 양떼를 위해 자그마치 20년을 봉사했으나 노동력 착취라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야곱의 고백을 들어보자. “내가 이와같이 낮에는 더위를 무릅쓰고 밤에는 추위를 당하여 눈붙일 겨를도 없이 지내었습니다. 그러나 외삼촌이 나를 속여 품삯을 열번이나 바꿨습니다”(창세기31:40-41)라고 탄식하고 있다. 힘없는 약자의 설움을 지난 20여년 동안 뼈저리게 체험하고 고백하는 순간이다.
  속이는 자의 속는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야곱은 네 명의 여인들로부터 열 두명의 아들을 낳는데, 그 중에서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라헬에게서 낳은 두 아들중 요셉을 특별히 사랑했다. 아버지의 편애와 요셉 자신의 꿈 이야기로 잔뜩 자존심과 질투심으로 상해있던 형들이 요셉을 이집트의 노예로 팔아버린다. 그리고는 요셉이 입었던 채색옷에 수염소의 피를 바르고 아버지에게 요셉이 들짐승에게 잡아 먹혔다며 피묻은 그의 옷을 증거물로 제시하자 야곱은 그들의 말을 믿고 애통해 한다. 아버지와 형을 속여 아픔과 분노를 자아냈던 야곱이 이제는 아들들로부터 완벽하게 속아넘어 가는 순간이다. 
  별로 아름답지 않은 속이고 속는 이야기를 성서에 기록한 의도가 무엇일까? 성서의 저자들이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록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남을 속이는 자는 언젠가 자신도 속는다는 교훈을 주기 위함이다. 즉 인간세상에는 인과응보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함이다. 세상에는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도 언젠가는 또 다른 사람들로부터 속임을 당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살아야겠다. 이 진리를 야곱의 인생살이가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