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누지(Nuzi)문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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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25
25. 누지(Nuzi)문서의 비밀 1925년 바그다드의 미국동방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Oriental Research)의 에드워드 키에라(Edward Chiera)는 지금의 이라크의 키루쿠크(Kirkuk) 부근에서 발굴작업을 시작해서 1931년 발굴작업이 완결될 때까지 총 4천개가 넘는 토판을 발굴수집했다. 아울러 기원전 1400-1200년경에 속하는 이 토판들의 발굴지가 고대 누지였다는 사실도 밝혀지게 되었다. 후리족의 관습법을 반영하고 있는 누지문서는 낮은 계층의 사람들에 속한 개인들의 일상생활에 관계된 관습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한편 누지문서는 창세기에 나오는 족장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한다. 족장들의 이야기에는 아브라함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하갈이라는 이집트 여인을 첩으로 맞아 아들 이스마엘을 낳는다는 내용이 있다. 그것도 부인인 사라의 권고에 의해서다. 또한 아브라함은 이집트와 그랄에서 두 번씩이나 자신의 아내인 사라를 누이라고 했다가 빼앗길 뻔한 사건도 있었다. 그의 아들 이삭 역시 똑 같은 일을 반복했다. 뿐만아니라 야곱의 아내 라헬은 자기의 친정집을 떠나면서 아버지가 그토록 아끼고 소중하게 보관해 오던 드라빔을 훔쳤다. 나귀 안장에 앉아 경수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그의 순발력있는 재치가 없었더라면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다분히 우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수호신인 드라빔을 왜 훔쳤을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하나같이 성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의문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누지문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누지문서는 창세기의 족장사 해석에 획기적인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위에 열거된 창세기의 사건을 누지문서로 해석해 보자. 우선 사라는 자신의 아이를 낳지 못하자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주어 자식을 낳도록 했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하갈은 이스마엘이라는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누지문서에는 어떤 아내가 아이를 잉태치 못하면 그녀는 남편에게 첩을 제공할 의무를 지니고 있고, 첩의 아들이 법적 상속자가 된다. 그러나 후에 본부인이 아이를 낳으면 첩의 자식보다 우선을 가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결국 아브라함의 가정도 고대 근동의 관습에 충실히 따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아브라함이 이집트와 그랄에서 아내를 누이라고 했다가 빼앗길뻔한 이야기를 보자. 누지문서에는 어떤 아내가 법적으로 보다 높은 누이의 차원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한다. 아마 아브라함이나 이삭은 그들의 아내를 이렇게 보임으로써 보다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브라함의 행위는 속임수라고 보는 것은 문화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도 사라는 아브라함의 이복누이라고 성서는 증언하고 있다(창20:12). 마지막으로 드라빔에 관한 이야기를 보자. 창세기 31장에 의하면 야곱이 하란을 떠날 때 라헬이 가정의 수호신인 드라빔을 훔쳤다. 드라빔이 없어진 것을 안 라반이 야곱에게 왜 도적질했느냐고 다그쳤다. 라헬이 훔친줄 모르고 있던 야곱은 누구든지 드라빔을 훔친자는 죽을 것이라고 하며 수색할 것을 요청했다. 이 위기의 순간에 라헬은 약대 안장에 앉아 그 밑에 드라빔을 놓고는 경수로 움직이지 못한다며 아버지의 양해를 구해 간신히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하마터면 목숨과 바꿀뻔 했던 드라빔이다. 과연 드라빔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누지문서에 의하면 가정의 수호신을 가진 자는 상속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진다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라헬이 목숨을 걸고 드라빔을 훔쳤던 이유도 상속에 있어서 우선권을 점유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야곱처럼 아내 라헬도 재산에 상당히 집착한 여인으로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족장들인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은 당시의 고대관습법을 따르고 있음을 누지문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누지문서는 창세기의 족장사를 해석하는데 일정부분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문서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