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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왜 모리아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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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23

23. 왜 모리아산인가?

  창세기 22장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하시면서 장소로 모리아산을 지정해 주셨다. 역대기 사가에 의하면 모리아산은 성전이 자리하고 있는 예루살렘의 시온산이라고 한다. 당시 아브라함은 이스라엘의 최남단인 네겝 사막에 위치한 브엘세바에서 살았다. 그렇다면 브엘세바에서 예루살렘까지 약 80km에 달하는 거리를 와서 제사를 드렸던 것이다.
  왜 하나님은 80km의 거리에다 3일씩이나 걸리는 모리아산에서 아들 이삭을 바치라고 하셨을까? 아니 그보다 왜 역대기 사가는 “모리아 땅의 한 산”을 성전이 자리하고 있는 시온산이라고 단정하는 것일까? 이는 남북왕국의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개입된 정통성 확보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창세기 22:2절에는 “모리아 땅에 있는 한 산”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이다. 이 기사를 보면 정확한 장소를 추정할 수 없다. 그런데 역대기 3:1절에 의하면 “솔로몬은 예루살렘 모리아 산에 주의 성전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곳은 주께서 그의 아버지 다윗에게 나타나셨던 곳이다. 본래는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으로 쓰던 곳인데 다윗이 그 곳을 성전터로 잡아 놓았다”(표준새번역)고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역대기 사가에 의해 밝혀진 모리아산의 역사는 이렇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드리러했던 곳이고 후에 여부스족의 오르난이라고 하는 사람이 타작마당으로 쓰던 곳이다. 역대상 21장에는 다윗이 인구조사한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하나님보다는 군대를 의지할려는 발상에서 시행한 인구조사는 하나님의 격노를 사게 되었다. 갓 선지자를 통해서 전달된 하나님의 징계방법은 삼년 기근이나 석달 동안 대적에게 쫒기거나 삼일 동안 온역이 전 이스라엘을 휩쓰는 것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다. 다윗이 고민 중에 택하게 된 온역으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들 7만명이 죽었다. 하나님은 전염병을 중지시키는 조건으로 오르난의 타작마당에서 제사를 지내라고 하셨다. 다윗은 여부스 족의 오르난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땅 값을 많이 지불하고 사서 제사를 드리자 하나님께서 받으셨다고 한다. 이 장소에 솔로몬이 성전을 지었다는 것이다. 
  창세기 22장의 보도에 따르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던 산이 성전이 세워진 모리아산, 즉 시온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글륙(Glueck)이라는 구약신학자는 모리아산은 예루살렘이 아닐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에 의한면 아브라함은 제물을 사를 장작을 사흘씩이나 지고 갔는데, 만일 나무가 많은 유다 산악지대에서 제사를 드렸다면 장작을 사흘씩이나 무겁게 가져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장작을 구하기 힘든 사막지대를 가정하는 동시에 더 구체적으로 아브라함이 이집트를 왕래하면서 익히 보았던 네겝 사막지대의 가데스 바네아 근처에서 제사를 드렸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물론 이것은 다양한 학설들 가운데 하나의 이론일 뿐이다. 그만큼 역대기 사가의 단정적인 보도에는 뭔가 의도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가능케하는 것이다. 
  어쨓튼 역대기 사가는 이곳이 바로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던 곳이고 성전이 세워졌다고 한다. 이러한 역대기 사가의 의도가 당시의 배경과 연관지으면 흥미로운 해석이 나온다. 역대기 역사서는 그보다 먼저 기록된 신명기 역사서(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를 참고로 해서 바벨론 포로후에 이스라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한 역사서다. 이때는 포로에서 귀환한 백성들과 사마리아인들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갈등의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하나님께서 선택한 예배장소의 문제다. 북왕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사마리아인들은 그리심산이 하나님이 택정하신 합법적인 제의장소임을 주장하나 포로에서 돌아온 백성들은 남왕국의 전통에서 예루살렘 성전만이 진정한 제의장소라고 맞섰다. 제의장소를 놓고 갈등은 빗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내리듯이 역대기 사가에 의해서 최종판결이 내려진다. 물론 역대기 사가의 판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남왕국에 뿌리를 두고 북왕국의 역사를 철저히 배격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역대기 사가의 최종판결문이 역대하 3장 1절의 말씀이다.
  아브라함이 제사를 드렸던 곳, 다윗이 제사를 드리자 하나님께서 흠향하신 곳, 솔로몬이 성전지은 곳, 이곳이야말로 이스라엘의 유일한 합법적인 제의장소라는 것이 역대기 사가의 판정이다. 따라서 역대기 사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북왕국의 전통에 뿌리를 둔 사마리아인들의 제의장소인 그리심산을 철저히 배격할 의도를 가지고 이스라엘 역사를 재해석했다고 하겠다. 동시에 예루살렘 중심의 역사서술이라는 자신의 역사관을 유감없이 펼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