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구약성서의 계약 체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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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18
18. 구약성서의 계약 체결식 인간세상에는 계약이라는 것이 있다. 계약이라는 것은 선진사회일수록 잘 지켜지는 반면, 후진사회로 갈수록 파기율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계약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인간사회를 지탱해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해 오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을 보여 주는 구약성서에도 계약은 중요한 사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계약사상은 구약성서 뿐만 아니라 고대 근동세계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계약이 행해졌는데, 구약성서에는 좀 특별한 계약체결의식이 두 가지 소개되어 있다. 첫째의 방식은 “계약을 쪼개다”라는 방식이다. 계약은 보통 쌍방간에 “맺는다” 혹은 “체결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고대 근동세계나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계약은 “카라트 베리트”, 즉 “계약을 쪼개다”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특히 고대 근동의 계약방식은 마리문서에 등장한다. 1933년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지대에 위치한 마리라는 곳에서 중요한 문서들이 발굴되었는데 이 문서를 “마리문서”라고 한다. 이 마리문서에도 계약체결의식이 언급되어 있다. 마리문서에 나타난 계약방식은 당나귀를 이용하는 특징이 있다. 즉 당나귀를 둘로 쪼개서 나란히 놓은 후 계약 당사자들이 그 사이를 걸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만일 계약 당사자가 어느 쪽이든 계약을 파기했을 경우에는 이 당나귀처럼 쪼개어 진다는 것을 상징하는 계약방식이다. 이러한 계약체결 방식은 구약성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창세기 15장 7-21절에 보면,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나타나셔서 네가 바라보는 가나안 땅을 너와 네 후손에게 주리라고 약속하신다. 더불어 네 자손들이 이방 땅에서 객이 되어 400년간 섬길 것을 예고하신다. 그리고 400년이 차면 다시 이 곳으로 돌아 올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이렇게 400년간 노예생활을 하게 되는 원인은 바로 계약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것이 하나님의 설명이다. 그런데 창세기 15장 본문에는 하나님과의 계약장면이 생생히 중계되고 있다. 성서기자는 “어두울 때에 횃불이 쪼갠 고기 사이로 지나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고대 근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약체결의식을 아브람과 하나님 사이에서도 행해지고 있는 대목이다. 역시 이러한 계약방식의 의미는 계약을 파기하는 쪽이 쪼개어 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구약성서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도 없이 하나님과의 계약을 위반했으나 그들의 몸이 둘로 쪼개어 졌다는 성서의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고대 근동의 계약방식은 따랐으나 실제로 잔인하게 적용되지는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의 방식은 민수기 18장 19절에 소개된 소금을 이용한 계약체결법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들이 소금을 찍어 먹는 형식의 계약의식이다. 이것은 소금이 변치 않듯이 서로가 변치 말자는 의미의 계약체결법이다. 이 두 가지 계약체결법은 고대 근동세계나 이스라엘에서 계약이 얼마나 중요하고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약은 그 사회를 질서있는 사회로 유지발전시키며, 인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래서 성서도 하나님과의 계약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히롯트(W. Eichrodt)라고 하는 구약신학자는 성서전체를 관통하는 사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계약”이라고 했다. 계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성서는 하나님과 당신의 백성들 사이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약이 잘 지켜지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복을 누릴 수 있으나 계약이 깨지면 예비된 하나님의 축복으로부터 소외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는 성서의 가르침을 귀담아 들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