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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바벨론과 성서의 홍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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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08

8. 바벨론과 성서의 홍수이야기

  바벨론의 홍수심판을 묘사하고 있는 길가메쉬 서사시는 구약성서의 노아홍수 이야기와 유사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면밀히 검토해 보면 뚜렷한 차이점도 동시에 발견되고 있다. 
  우선 길가메쉬 서사시의 이야기를 보면, 길가메쉬라는 사람이 죽음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영생의 길을 찾아나섰다가 고대 바벨론 신들의 홍수심판의 와중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우트나피쉬팀이라는 영웅을 만나게 된다. 이때 길가메쉬에게 전해준 우트나피쉬팀의 이야기가 바벨론 홍수신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고대 바벨론의 여러 신들은 인간들의 시끄러움 때문에 휴식과 수면에 방해를 받았다. 인간들이 소란을 피울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다음과 같다. 바벨론의 홍수신화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이 두 강사이에 수로를 파서 경작지를 넓혔고, 물자교류도 원활하게 처리하였다. 그런데 해마다 봄이 되면 홍수로 인해 수로에 침적토가 쌓이게 되자 수로의 깊이를 유지할 수 없었다. 따라서 수로의 깊이를 유지해서 물의 흐름을 원활히 하려면 쌓인 침적토를 파내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이런 작업에 해마다 동원되었던 인간들이 원망과 불평으로 소란을 피우자 신들이 휴식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난 신들이 회의를 열어 인간들을 싹 멸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때 지혜의 신 이아(Ea)가 극비리에 지상의 인간 우트나피쉬팀을 찾아가서 신들의 회의결과를 알려주면서 방주를 지으라고 했다.
  이아의 말대로 우트나피쉬팀은 방주를 만들어 그의 모든 소유와 동물들과 기술자들을 데리고 방주로 들어가자 7일 주야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무서운 홍수의 광경을 목격한 신들이 공포에 떨었다. 드디어 홍수가 멎자 방주가 니실산에 머무르고 우트나피쉬팀은 비둘기- 제비- 까마귀를 차례대로 내보내서 땅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마지막 까마귀가 돌아오지 않자 물이 말랐음을 알고 모두가 방주에서 나와 신들에게 희생제사를 드리게 되었다. 이때 신들이 파리떼처럼 몰려와 그의 제물을 먹으면서 다시는 홍수심판이 없을 것이라고 맹세하면서 우트나피쉬팀을 신격화시켜 자기들과 함께 살도록 했다. 이것이 바벨론 홍수신화의 주요한 내용이다.
  사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성서의 내용과 흡사하기 때문에 성서의 홍수이야기는 바벨론의 홍수신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비교해 보면 두 이야기에는 상당한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바베론의 신화는 다신론적인 틀 안에서 형성되었으나 성서는 처음부터 유일신관에 입각해서 전재되고 있다. 둘째 바벨론의 신들은 홍수의 위력 앞에서 두려워 떨고 있으나 성서의 하나님은 홍수의 위력이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 셋째 바벨론 신화에서는 주인공인 우트나피쉬팀이 신격화되어 신들의 반열로 격상되지만 노아는 여전히 인간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 넷째 바벨론 신화의 동기도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영생에 대한 희구에 기인하고 있으나 노아홍수는 인간의 범죄와 타락의 절정을 묘사하는데 목적이 있다. 
  바벨론의 홍수신화와 성서의 홍수이야기의 연관성을 주장한다면 자칫 성서이야기를 비역사성을 지닌 신화적인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물론 성서에도 신화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실제로 그렇게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특히 창세기의 원역사(창세기1-11장)부분에 대해서는 역사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가 하면, 독일의 알트(Alt)학파에서는 족장시대(창세기 12-50장)의 역사성마저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성서의 하나님은 엄연히 살아계시고 또한 그분은 당신의 창조세계를 다스리시고 섭리하신다. 따라서 하나님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성서를 신화와 동일시한다는 것은 성서의 권위와 진실성을 약화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바벨론의 홍수신화와는 달리 성서의 홍수이야기에는 역사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