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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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09
9.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이야기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이자 바벨론 종교신화의 배경으로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원래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은 “두 강 사이”를 의미한다. 즉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라는 두 강 사이에서 발생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한편 이 두 강은 홍수로 인해 범람이 자주 발생하는데, 바벨론의 종교신화는 바로 이 두 강의 범람과 상당히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실 홍수로 인한 범람은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나 홍수범람에 대한 인식은 정반대이다. 이집트의 나일강은 매년 6월이면 주기적으로 범람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의 범람을 신의 축복으로 믿었다.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이 두 강에서 일어나는 범람이 매우 불규칙적이고 거세기 때문에 신의 저주, 혹은 사람을 괴롭히는 원수라고 보았다. 홍수로 인해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에는 강 상류로부터 흙이 내려오면서 강 바닥에는 언제나 흙이 쌓이게 되었다. 따라서 수로의 깊이를 유지하려면 강 바닥에 쌓인 침적토를 파내어야만 했다. 이 작업은 잘 조직된 집단노동력을 요구하는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이 국가적인 사업을 매개로 해서 바벨론 종교신화가 많이 태동하게 되었다. 우선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창조신화인 『아트라카시스 서사시』가 이 두 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신화에 의하면 신들의 세계에는 고등신들과 열등한 신들이 있었다. 고등신들은 언제나 휴식과 수면으로 소일하는 반면에 열등한 신들은 날마다 홍수로 인해 침적토가 쌓인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의 바닥을 퍼내는 작업에 동원되었다. 고역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열등한 신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고등신들은 회의를 열어 열등신들의 고역을 면하게 해주었다. 그 대신 인간을 만들어 이 작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킨 열등신의 주동자를 잡아 죽여 그의 피와 진흙을 섞어 인간을 만들어 고역을 시켰다고 한다. 이것이 아트라카시스의 창조신화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강의 침적토를 퍼내던 인간들이 불평하고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불평과 원망소리가 너무나 커서 신들이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 견디다 못한 신들이 인간을 모조리 죽이기로 작정하는데, 죽이는 방법이 바로 홍수심판이다. 6일 주야로 내린 비로 인간은 다 죽었다. 물론 여기서 신의 도움으로 방주를 만들어 기적적으로 살아난 우트나피쉬팀이라는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것이 바벨론에서 태동된 『길가메쉬 서사시』라는 홍수신화의 내용이다. 또 하나 이 두 강과 연관되어 나온 것이 바벨론 창조신화에 등장하는 “에덴”이라는 곳이다. 들판이란 뜻의 에덴은 두 강 사이, 즉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의 들판을 지칭한다. 이 에덴 들판에는 들짐승들이 살았고,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들판을 일구어 밭을 경작하고 살았다. 그리고 땅에 기는 것(뱀)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와 유사한 것이 구약성서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풍경이다. 에덴동산에서도 역시 아담과 하와는 밭을 일구며 경작하고 뱀과 대화하며 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성서의 에덴동산도 유프라테스 강(창2:14)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두 이야기는 동일한 환경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창세기 11장에도 바벨탑을 쌓은 장소가 시날평지로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시날평지도 이 두 강 사이에 있는 장소이다. 바벨탑의 재료는 흙으로 만든 벽돌이기 때문에 흙이 많았던 이 두 강 사이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라는 두 강 사이는 바벨론의 종교적인 배경으로서 아주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구약성서의 이야기와도 상당히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유프라테스 강은 구약성서 뿐만 아니라 신약성서에도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