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교회
영혼의 양식 예안 활동 구약성서의 세계로

7. 동해복수법의 필요성

목록 가기

날짜 : 2019-11-07

7. 동해복수법의 필요성

  인류 역사상 최초로 편찬된 법전은 기원전 2100년경에 수메르어로 쓰여진 『우르남무 법전』이다.  이 우르남무 법전은 이보다 약 350년 후인 기원전 1750년경에 공포된 고대 바벨론 왕조의『함무라비 법전』의 모체가 되었으며, 그 법조문들은 구약성서에 나타난 모세 계약법의 내용과도 상당히 유사한 부분들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알려진 “동해 복수법”이다. 
  고대 바벨론의 함무라비 법전 196조항에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눈을 멀게 했을 경우에는 그의 눈을 멀게 하라”. 그리고 197조항에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렸을 경우에, 그 사람의 뼈를 부러뜨려라”고 적고 있다. 결국 모세율법에 등장하고 있는 “눈에는 눈”이라는 복수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런 동해복수법이 고대 근동의 세계에는 물론이거니와 구약시대의 히브리 민족에까지 적용이 되어야 했을까? 동해복수법 적용의 필요성은 가인의 후손인 라멕에게서 대표적으로 찾을 수 있다.
 창세기에는 가인의 족보(창세기 4장)와 셋의 족보(창세기 5장)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데, 가인의 족보가 신앙적인 면을 도외시한채 세속화와 비종교화로 흐르고 있다면, 셋의 족보는 하나님과 동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여기서 가인의 족보에 등장하고 있는 라멕이라는 인물을 주목하고자 한다. 동생 아벨을 쳐죽이고 죄의식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던 가인에 비해 라멕은 오히려 자신의 무자비한 보복살인 행위를 교만하게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창세기 4장 23-24절(표준새번역성서)에서 그의 무자비한 보복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

         라멕이 자기 아내들에게 말하였다 아다와 씰라는 내 말을 들어라
         라멕의 아내들은 내가 말할때에 귀를 기울여라
         나에게 상처를 입힌 남자를 내가 죽였다.
         나를 상하게 한 남자를 내가 죽였다
         가인을 해친 벌이 일곱갑절이라면 
         라멕을 해치는 벌은 일흔일곱 갑절이다.

  우리는 이 라멕의 노래에서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모세율법이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는 창세기 2장 24절에 명기된 일부일처제의 파기이다. 그는 아다와 씰라라는 두 아내를 둠으로써 이 율법의 조항을 깨버렸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을 파기시켰다. 조그마한 상해와 상처에 대하여 일흔 일곱배의 보복, 즉 무제한의 보복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걸음 더나아가 자신의 살인행위를 미화하고 찬양하고 있다.
  모세율법에서 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복수법을 들고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인간사회가 일곱배 혹은 라멕처럼 일흔 일곱배씩 보복을 한다면 누가 과연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이 바로 동해복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라멕처럼 일흔 일곱배씩의 복수를 방지함으로써 무고한 희생을 줄이기 위한 하나님의 의중이 이 동해복수법에 담겨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