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농부와 목자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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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06
6. 농부와 목자의 갈등 창세기 4장에는 농부인 가인과 목자인 아벨의 갈등으로 인한 살인사건이 소개되어 있다. 살인사건의 발단은 두 형제가 각각 제사를 드렸으나 하나님께서 동생인 아벨의 제사만 받으시고 형인 가인의 제사는 거부하셨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성서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구약성서학자들도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브릐그만(Walter Brueggemann)이라는 학자는 “제사를 받고 안 받고는 하나님의 자유의사이니만큼 우리가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폰 라트(Von Rad)라는 구약신학자는 “하나님께서 피의 제사를 더 선호하시기 때문에 아벨의 제사만 받으시고 가인의 제사는 거부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히브리서 기자는 “아벨은 믿음으로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드렸기 때문이라”(히11:4)고 했다. 즉 믿음의 유무에 의해서 결정났다는 것인데, 엉뚱하게도 이것은 형제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최초의 살인사건을 촉발시키고 말았다. 오경문서설에 의하면 이 본문은 야웨문서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 본문은 야웨기자가 살았던 기원전 10세기 경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문을 조명해 본다면,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당시의 상황이 농부와 목자간의 갈등이 있었던 시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목민의 후예인 이스라엘이 농경문화인 가나안을 비판하기 위한 의도에서 본문의 이야기를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농부와 목자의 갈등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학작품에 심심챦게 등장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사랑의 노래”라는 장르에 속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작품을 보면 시집갈 아가씨들이 농부와 목자를 놓고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농부와 목자는 아가씨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선전하며 자신을 선택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강변한다. 이 와중에서 농부와 목자는 서로 비난하고 조롱하며 다투게 된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라하르와 아쉬난의 말다툼”이라는 작품에서는 양을 수호하는 암양여신 라하르(Lahar)와 곡물의 수호신 아쉬난(Ashnan)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싸움이다. 이러한 농부와 목자의 갈등에서 주로 농부가 목자에 비해 더 부자로써 유리한 위치에 서게된다. 이것은 당시 상황이 목자보다는 농부라는 직업이 더 선호되었던 시대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창세기의 가인과 아벨사건에서도 농부인 가인이 목자인 아벨을 쳐 죽임으로써 농부라는 직업이 더 영향력이 있고 선망의 대상인 당시의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성서저자의 신학적인 의도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창세기 4장 2절에 의하면 저자는 형제들의 직업을 소개하면서 형보다는 동생을 먼저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저자의 관심이 형보다는 동생에게 더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유목민의 후예인 이스라엘이 농경문화인 가나안 문명을 비판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문학의 장르로 본다면 성서의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농부와 목자간의 갈등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즉 시대적 상황과 가치관이 유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의 장르는 비슷할지 모르나 신학적인 의도로 본다면 확실하게 구별된다. 고대세계에서는 농부라는 직업이 목자라는 직업보다 선호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성서의 메시지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본문은 야웨문서에 속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야웨문서는 기원전 10세기 즉 다윗과 솔로몬시대에 등장한 문서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솔로몬 시대로 본다면 저자의 의도는 분명히 드러난다. 왜냐하면 솔로몬시대에는 가나안의 농경신인 바알종교가 전이스라엘의 종교와 정치를 강타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웨기자는 농경문화와 농경신인 바알을 비판하기 위해서 본문의 이야기를 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유목민인 이스라엘은 농경문명을 가지고 있는 가나안을 따라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 농부인 가인의 제사를 열납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야웨기자가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나안의 문화와 종교를 비롯한 모든 것을 비판하며 배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야웨기자의 신학적 의도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