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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창조 이야기에 나타난 신학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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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05

5. 창조이야기에 나타난 신학적 메시지

  창조이야기는 구약성서의 창세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벨론 포로지에서 혜성같이 나타난 제2이사야의 창조이야기를 필두로 시편이나 잠언 등 지혜문학과 중간시대에 이르러 마카비서 등에서도 하나님의 창조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와같이 구약성서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창조이야기에는 분명한 신학적 메시지가 있다. 즉 창조이야기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 신학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
  첫째로, 모든 사물을 비신격화시키고 나아가 우상숭배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있다. 
일반종교의 신관에는 다신을 인정하는 몇가지 신관이 있다. 우선 다신론(Polytheism)인데, 이것은 각 분야마다 전문적인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단일신론(Henotheism)이다. 이 신관은 다수의 신을 인정은 하나 자신은 하나의 신만을 섬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범신론(Pantheism)으로 이것은 자연과 우주 전체를 신으로 보고 있다. 즉 모든 사물을 다 신격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범신론은 고대인들에게는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성서는 하나님만이 창조주이신 참신이시고 다른 모든 사물들은 다 하나님의 피조물이기에 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대인들이 신으로 믿고 섬기고 있는 자연이나 동물을 비롯한 사물일체는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하다. 그러한 것을 섬긴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이며 어리석은 행위인가를 고발하고 있다.
  둘째로,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의 형상”이라는 사상은 성서뿐만 아니라 고대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요소이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서 보면 일반백성들에게는 신의 형상이 없고 오직 왕에게만 신의 형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왕은 신의 아들로 자처하면서 백성들 위에 군림하게되고 백성들은 왕의 노예로서 살아가게 된다. 이것은 이집트의 바로왕이 태양신인 레(Re)의 아들로써 태양신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러니 왕과 백성들은 애시당초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서는 모든 인간이 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고 선언한다.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인 아브라함이나 출애굽의 영웅 모세, 그리고 유태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다윗이나 일반 백성들, 그리고 저주를 받았던 함의 자손에 이르기까지 다 하나님의 형상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일찍부터 선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타파하기 위함이다.
  고대근동의 바벨론이나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그리이스의 창조신화의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신들의 투쟁과 대결의 결과로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졌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신들간의 피비린내나는 싸움과 잔인한 죽음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러한 창조신화를 믿는 고대인들은 언제나 미래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수 많은 신들이 자신의 영역과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면 또 어떤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들로 인한 축복이 아니라 신들의 등살에 살기조차 힘들고 불안했던 것이 고대인들의 삶이다. 이런 잘못된 사상을 타파시켰던 것이 성서의 창조이야기다.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창조는 신들의 투쟁도 대결도 아니다. 하늘의 회의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을 사랑의 행위로써 만드셨다. 그리고 유일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피조세계를 섭리하시고 다스리신다. 하나님 외에는 어떤 신도 없었기 때문에 투쟁이나 대결은 물론 없다. 도전할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미래는 불안이 없고 안전하다는 것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창조이야기에 나타난 신학적인 메시지는 어떤 고대근동의 종교나 사상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징적인 메시지다. 자기의 신이 창조했다는 신화는 많이 있으나 이러한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는 것은 성서의 창조이야기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잡다한 신들을 섬기는 어리석음과 신들로 인해 불안해하는 고대인들에게는 참으로 실감나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서의 창조이야기는 우상숭배의 허구성과 인간의 평등성,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타파하는 너무도 중요한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