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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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개의 창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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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03

3. 두 개의 창조이야기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두 개의 창조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창세기 1장 1절- 2장 3절까지이고, 다른 하나는 창세기 2장 4절- 3장 24절까지이다.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성서를 읽는 독자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왜냐하면 창조주는 하나님 한 분이신데 창조의 내용은 서로 다르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두 개의 서로 다른 차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전자는 창조의 기간이 7일로 나타나고 있으나 후자에는 창조의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인간의 창조에도 전자는 창조의 마지막이나 후자에는 맨처음으로 되어있으며, 여자도 전자에서는 남자와 함께 창조되었으나 후자에는 아담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 다음에 아담의 갈빗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한 전자에서는 물이 아주 많은 반면에 후자에는 물이 없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자에서는 하나님께서 모든 창조의 과정을 말씀으로 하고 있으나 후자에는 도공처럼 손수 손으로 만들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차이점이 생겼을까?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창세기 2장의 이야기가 1장의 이야기에 비해 더 원시적임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서 도공들처럼 손수 흙을 빗으시면서 사람과 동물을 만드시는데 이것은 2장의 이야기가 더 고대의 산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2장의 이야기는 기원전 10세기, 즉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태동된 이야기라는 것이 많은 구약성서 학자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다. 이 당시의 고대인들은 “신도 인간들처럼 일을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상이었다. 오늘의 시대에서는 이것이 비과학적으로 이해될 수도 있으나 당시 고대인들에게는 이것이 오히려 과학적이요 실제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창조이야기도 당시 고대인들의 사상에 맞게 하나님도 일하시는 모습으로 묘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1장의 이야기는 기원전 6세기 바벨론 포로지에서 태동된 이야기라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기원전 10세기 사람들에 비해서 기원전 6세기 사람들은 신에 대한 이해도 많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신은 인간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발전된 사고다. 신은 사람들과 달리 말씀으로도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참신이라는 것이 당시의 사상이요, 믿음이다. 따라서 기원전 10세기 작품인 2장에 비해서 1장의 창조이야기는 시대사조에 맞게 발전적으로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창세기 1장에 기록된 창조이야기의 특징은 첫째로 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포로지였던 바벨론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배경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땅을 정복하라 땅에 충만하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것은 장차 포로에서 해방되어 잃었던 땅을 다시 차지할 것이라는 희망을 포로민들에게 던져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셋째로 안식일이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데 이것은 제사장 계열의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런 정황으로 볼때 창세기 1장의 이야기는 바벨론 포로지에서 제사장 계열에 의해 태동된 이야기로 보는 것이다.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창조주가 똑 같이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사실 하나님이 창조주시라는 이 선포가 중요하다. 내용상의 상이점은 각기 다른 시대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성서를 읽는 독자들은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성서의 말씀은 언제나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즉 시대적인 상황이 성서 속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구약성서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서의 모든 말씀은 초월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역사성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