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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로부터의 창조일까? 유로부터의 창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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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1-02

2. 무로부터의 창조일까? 유로부터의 창조일까?

  하나님의 창조를 선포하는 창세기 1장 1절과 2절의 말씀은 성서 독자들을 조금 고민스럽게 한다. 하나님의 창조 이전의 상태를 소개하는 본문은 무의 상태가 아니라 이미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이 제기한 것이 “재창조설”이다. 즉 창세기 1장 1절에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2절에서는 땅이 혼돈하고 공허한 상태로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1절의 창조세계가 심판을 받아 2절의 혼돈과 공허한 세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3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창조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수용하기 힘든 일부 학자들의 학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안고 있는 신학적인 숙제는 과연 하나님의 창조성격이 “무로부터의 창조인가?” 아니면 “유로부터의 창조인가?”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교인들이 하나님의 창조는 무로부터의 창조라고 확신있게 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성서는 어디에서도 “무로부터의 창조”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하나님의 창조 전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창세기 1장 1절과 2절의 말씀이다. 그러면 이때의 상황이 무의 상태인가? 아니라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2절을 보면 하나님의 창조 전에 이미 혼돈하고 공허한 땅이 있었고, 흑암과 물도 있었다. 사실 이 말씀만 놓고 본다면 하나님의 창조는 무로부터의 창조가 아니라 유로부터의 창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교인들이 믿고 있는 무로부터의 창조는 잘못된 이해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무로부터의 창조를 증명할 수 있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창조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동사의 사용에서 찾을 수 있다. 구약성서에서 “창조하다”라는 의미로 쓰인 동사는 대표적으로 바라(אꙜꔧ)와 아싸(הꙻꘝ)를 들 수 있다. 바라는 어떤 재료가 없이 만들 때 사용되며 하나님이 언제나 주어로 나타난다. 이것은 하나님이 어떤 재료도 없이 창조하셨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싸는 어떤 재료를 가지고 만들 때 사용하는 동사이다. 그런데 창세기 1장 1절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에 사용된 동사는 “바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창조가 무로부터의 창조임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이다.
  둘째, 이사야 45장 7절의 “나는 빛도 짓고 어두움도 창조한다”라는 말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말씀에 의하면 빛과 어두움도 다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다. 따라서 창세기 1장 2절에 나타난 땅과 흑암과 물도 다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다. 이것도 하나님의 창조가 무로부터의 창조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외경 마카비하서 7장 28절 말씀이다. 물론 외경은 개신교에서는 정경이 아니기 때문에 성서적인 근거로 내세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참고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얘야 내 부탁을 들어다오 하늘과 땅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라 하나님께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인류가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공동번역). 사실 정경과 외경을 통틀어서 하나님의 창조를 “무로부터의 창조”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여기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외경이지만 중요한 사상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결국 이 세가지를 종합한다면 무로부터의 창조는 확실한 성서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비록 우리의 성서가 직접적인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