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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모세와 사르곤의 탄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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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9-12-02

32. 모세와 사르곤의 탄생이야기

  출애굽기 2장에는 모세의 탄생이야기를 자세히 전해 주고 있다. 모세가 태어났던 시대는 이집트의 바로왕의 명령에 의해 히브리인들의 남자 아이는 다 나일강에 던져 죽이도록 되어 있었다. 히브리인들의 강성함을 사전에 차단코저 하는 바로의 속셈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레위인의 부모 밑에 한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 레위인 부모는 아이가 워낙 준수하고 잘 생겨서 석 달 동안 숨겨서 키웠으나, 더 이상 숨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갈대상자를 만들고 거기에 역청과 나무의  진을 칠했다. 그리고는 아기를 그 상자에 담아 나일강에 던졌다. 마침 나일강에 목욕하러 나왔던 바로의 공주에 의해 건져저서 이집트의 왕궁에서 자라게 되었는데,바로의 공주는 물에서 건졌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모세”라고 짓고 자기의 양아들로 키웠다고 한다. 사실 모세가 바로의 공주에 의해 입양되었다는 성서의 보도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법문서와도 상당히 유사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문서에는 아이를 젖먹이는 유모에게 맡겨 임금을 지급하고 그 다음 3년간 후견인의 보호하에 잇다가 율사의 교육을 받기 위해 입양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모세가 비천한 히브리인의 가정에서 출생했으나 바로의 궁정에서 양육되었다는 전승은 당시 위인들의 출생에 대한 상상력에 부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세의 탄생이야기와 흡사한 것이 아카드(Akkad) 제국의 창건자였던 사르곤(Sargon)의 탄생설화다. 기원전 4천년경부터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는 반유목민이었던 셈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기원전 3천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 셈족들은 세계최초의 대제국을 세우게 되는데, 그 제국을 아카드제국(기원전 2360-2180)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아카드 제국의 창건자가 바로 사르곤이다. 그는 아카드라는 곳을 수도로 정하고 주변의 여러 소도시들을 점령하여 세계최초의 방대한 대제국을 형성한 것이다.
  사르곤은 자신의 비문에서 그의 탄생비밀을 적어 놓았다. 비문에 의하면 사르곤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기를 몰래 낳았고, 역청을 바른 갈대상자에 자신을 담아 강물에 띄워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아키(Akki)라는 사랑의 여신이 그를 구해 주어 후에 그가 천하를 통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천한 출신의 사르곤이 세계최초의 대제국 주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사르곤의 탄생이야기는 모세의 탄생이야기와 비교해 보면 흡사한 면이 아주 많다. 우선 두 사람의 출생이 다 비천하다는 것이다. 모세도 당시 고대인들에게는 히브리 노예였기에 비천하게 인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어머니는 똑같이 낳기는 했으나 키울 수 없는 환경이어서 갈대상자에 역청을 바르고 강물에 띄워보냈다는 것이고, 또한 둘 다 여인들이 구해서 자신의 양자로 길렀다는 것이다. 후에는 한 민족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 또한 동일한 요소이다.
  그러면 이 두 사람의 탄생이야기는 전혀 별개의 이야기인데, 우연히도 내용의 일치를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의 영향이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사르곤의 탄생이야기는 고대 근동지역에서는 전승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모세이야기에 대한 성서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염두해 두면서 모세의 탄생이야기를 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하나님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모세의 출생이야기는 태어날때부터 하나님의 섭리와 보호가 있었다는 것과 비록 비천한 신분이었으나 하나님의 역사로 위대한 영웅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위대한 영웅의 비범한 출생이야기를 통해서 일반인들과는 구별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